뉴스 > 오피니언 > 칼럼

[이영진 칼럼]

경매꾼에 물리지 않으려면 강공전략이 최선

  • 보도 : 2015.08.20 08:30
  • 수정 : 2015.08.20 08:30

일반인들이 경매물건 입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경매물건에 얽히고설켜 있는 복잡한 권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방법을 찾기가 난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경매물건의 가장 큰 산이라 할 수 있는 점유자 명도에서 부딪히는 까다롭고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왜 경매를 해서 이런 생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상가나 사무실이야 당초부터 체납관리비, 가장 임차인, 유치권 등 복잡한 권리관계를 예정하고 있어 점유자 명도에 대한 어려움을 미리 예견하고 입찰을 고려한다. 

하지만 아파트나 연립, 다세대 등 주택이 그런 골칫거리를 안고 있다면 지레 그 물건에 대한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점유자는 아무래도 작심한 강성 점유자일 것이 분명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고 했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물건도 경매업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전문가 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물건도 상당하다. 

더구나 인도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부여하고 있는 민사집행법 아래에서는 원하는 만큼 오래도록 버틸 재간이 있는 점유자는 그리 많지 않다. 

강북구 미아동 소재 S아파트 33평이 감정가 3억4800만원에 한 차례 유찰돼 2억784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이 아파트에는 두 명으로부터 유치권 신고서가 제출돼 있고, 임차인 H씨가 소액임차인(보증금 3400만원)으로 경매압류 직전에 전입해 있는 상태이다. 

먼저 유치권 문제를 살펴보니 인테리어 비용을 못받았다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유치권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것도 인테리어업체가 아니라 개인 이름인데다 유치권 금액도 미상인 채였다. 가짜 유치권 냄새가 났다. 

다음은 임차인 문제다. 소액임차인으로 권리신고를 했으나 이 아파트 당시 전세 시세는 2억4000만원인데다가 임차인 전입일을 보니 경매압류(경매개시결정등기)가 이루어지기 불과 3주전에 대항요건을 갖췄다. 이 역시 가장 임차인이란 냄새가 났다. 

입찰 전 세대열람을 해보니 소유자가 전입해 있고 임차인으로 신고된 H씨도 세대주로 전입돼 있었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임차인 전입 전후로  내부수리 신고가 들어왔는지 확인해보니 올해 2월 28일부터 3월 4일까지 공사를 한다는 신고서가 접수돼 있었다. 

임차인이 전입한 일자는 2월 11일인데 전입한 후 공사를 했다는 것도 이상했다. 공사기간도 짧아 기껏해야 도배나 장판 및 칠 정도하는 기간에 불과했다. 

임차인이 전입 이후 내부수리 신고를 한 것으로 보아 유치권이 성립할 여지가 없었지만 설령 유치권이 성립한다 한들 유치권 금액이 미미한 수준으로 크게 부담이 될 여지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저런 계산 끝에 입찰해도 되겠다싶은 J씨는 입찰에 응했다. 8명이 경쟁한 끝에 2등과 280만원 차이로 낙찰을 받았다. 

J씨는 낙찰 받은 직후 곧장 법원 경매계로 가서 집행기록을 열람해 두 명이 제출한 유치권 신고서를 비롯해 임차인 H씨의 임대차계약서, 주소 변동사항이 있는 주민등록초본과 등본 등을 열람복사하거나 수기로 받아적었다. 

임차인 H씨의 전입변동사항을 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9번 이상을 이주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마도 썩은 음식에 달려드는 파리처럼 경매물건을 이용해 소액의 가차 임차인으로 신고하고 최우선변제액이라도 갈취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임차인은 소위 경매업계에서 말하는 ‘꾼’이다. ‘꾼’이라면 명도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거기까지 파악하고 유치권 신고서에 기재돼 있는 주소로 두 명의 유치권자를 찾아가봤으나 한명의 주소는 없는 주소였고, 다른 한명은 주소는 있으나 건물주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유치권이 가짜로 신고된 것임이 분명해졌다.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 J씨는 곧장 임차인 H씨에게 전화해서 가옥 명도일정을 협의하려 했으나 내부 인테리어비용으로 2000만원을 들였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협상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 J씨는 내부를 보여줘야 인테리어를 했는지 알 것이고 그래야 얼마를 주던지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내부는 전혀 보여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낙찰 후 1주일 되는 시점에 예정대로 매각허가결정이 났다. 또 1주일 후 매각허가확정이 나기를 기다렸지만 무슨 일인지 매각허가확정이 떨어지지 않았다. 담당 경매계에 확인해보니 임차인 H씨가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즉시항고)를 했단다.

가장 임차인 냄새가 나는데다가 유치권 신고에 즉시항고까지 소위 ‘꾼’인 임차인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가지가지 한다고 여겨졌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기한 즉시항고는 즉시항고일로부터 10일내 제출해야 하는 항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항고가 기각됐음은 물론이다. 

항고이유서를 제출하려면 항고보증금으로 낙찰가격의 10%를 공탁해야 하지만 임차인 H씨는 그럴 의사나 이유는 물론 자력도 없었던 것이다.

낙찰자인 J씨는 임차인이 또다시 경매절차를 지연시키는 수작을 부릴 것 같아 항고가 기각되고 대금지급기한이 정해지자마자 서둘러 매각대금을 납부하고 인도명령 신청과 더불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임차인에 대한 인도명령 결정은 배당기일 이후에나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보다 먼저 실행될 수 있는 가처분집행을 통해 내부를 보기 위해서다.

가처분 명령이 내려져 곧장 집행일정을 잡고 가처분집행에 돌입했다. 점유자가 없어 강제로 문을 개방하고 집안 내부에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문을 부착했다. 임차인이 주장한 인테리어 흔적은 전혀 없었다. 내부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날 가처분집행 사실을 안 임차인이 노발대발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렇지만 그간 낙찰자를 곤혹스럽게 해왔던 건 임차인이 아녔던가? 낙찰자 J씨는 유치권이 없음을, 그리고 내부 인테리어도 하지 않았음을 알았던 터라 이젠 임차인에게 전혀 끌려 다닐 이유가 없었다.

궁지에 몰린 임차인이 낙찰자에게 이사비용으로 700만원을 제시했지만 J씨는 300만원 이상 줄 수 없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H씨의 괘씸한 행적으로 보아 300만원도 아까웠지만 어차피 강제집행을 해도 그 정도의 비용은 들어가고 강제집행보다는 협의명도가 그래도 모양새가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2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다는 얘기는 이제 쏙 빠졌다.

그후 배당이 실시됐지만 임차인에게 할당된 배당금 2000만원(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액)은 임차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후순위 채권자들로부터 임차인 H씨는 가장 임차인이니 배당에서 제외해달라는 이의신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H씨는 낙찰자 측에 이사비용으로 500만원을 제시했으나 이 역시 거절당했다. 임차인이 강하게 나온 만큼 낙찰자 역시 초지일관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후 400만원을 달라는 제시가 들어왔으나 그마저 거절하고 300만원을 받으면 받고 말면 말라는 식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사이에 법원의 인도명령 결정이 나고 인도명령 결정에 대한 송달증명을 받기 위한 작업도 진행했으나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송달을 거부하자 법원에서는 공시송달 절차를 밟는 대신 발송송달로 처리해버렸다. 

강제집행 일자가 그만큼 빨라졌고 강제집행 계고까지 끝내자 임차인 H씨는 백기를 들었다. 강제집행 전에 이사 약속을 받아냈고 이사를 마무리했음을 확인한 후 약속한 300만원을 건네줬다. 낙찰자 J씨는 일주일 후 입주할 수 있었다. 

J씨가 매각대금을 납부하고 협의명도를 마무리하는데 소요된 기간은 두 달 남짓 걸렸다. 임차인이 유치권 신고, 즉시항고, 송달 거부 등 점유자가 악의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음에도 꽤나 빠른 시일 내에 명도가 마무리된 셈이다.

이렇듯 신속하게 명도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낙찰자 측의 발빠른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낙찰 후 유치권자 주소를 찾아가 유치권의 가짜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사무소에서 해당 호수의 공사신고 내역을 확인하고, 대금납부 후 즉시 인도명령신청과 더불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가처분집행을 통해 내부를 확인함으로써 명도협상의 주도권을 낙찰자에게 가져올 수 있었던 탓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았다면 인도명령을 통한 강제집행 일정이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유치권 소송이라는 난관에 부딪쳐 언제 입주할 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태가 지속됐을 지도 모른다. 
낙찰자가 점유자를 상대로 명도협의할 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십분 양보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애당초부터 악의적으로 대하는 점유자의 사정까지 무작정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 낙찰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과 응용할 수 있는 법적인 강제사항을 최대한 동원해 강하게 대응하면 악의의 점유자라 해도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는 법이다.  


< 이영진 칼럼 더보기 >

이웰부동산연구소
이영진 소장

[약력]현 이웰에셋 대표, 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 디지털태인 이사, 한국유통연구소 연구원, 디지털태인 경매전문가과정 전임강사
[저서] 이것이 경매투자다, 부동산생활백서I·II, 돈 버는 경매 돈 잃는 경매
[홈페이지] http://www.e-wellasset.co.kr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