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로 청년실업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 되는 요즘, 많은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공무원 시험이나 각종 자격시험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제52회 세무사 2차 시험(8월8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 세무사 시장은 여전히 수험생들로 북적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수년간 세무사 시험에 매진해 자격을 따낸 기쁨도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세무사에 합격한 뒤 또다른 난관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세무사 업계에 발을 내디딘 신규 세무사들에게는 말 그대로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합격의 영광도 잠시…앞날 캄캄한 '근세'
시험에 합격만 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을 줄 알았던 것도 잠시. 신규 세무사들은 곧바로 또다른 현실에 맞닥들이게 됩니다.
세무사 자격을 딴 이들이 곧바로 개인사무소를 개업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신규 세무사들은 우선 세무법인이나 세무사무소에 취업해 고용된 세무사로서 일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세무법인이나 개인세무사 사무실에 고용돼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는 세무사들을 통칭해 근무세무사, 속칭 '근세'라고 합니다.
근세들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다음해 1월부터 시작, 약 5~6개월 동안 수습기간을 거치게 됩니다.
이후 정식 세무사로서 일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수습을 막 시작하게 되는 신규 세무사들은 근로조건을 확인한 뒤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됩니다.
고소득 전문자격사로 알려진 세무사이지만 수습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급여수준이 월 70만원에서 8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세무사가 이 정도 밖에 받지 못하나'라며 의아해 하기도 하는데요.
일부 세무법인의 경우 3월 법인세 신고 및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등 일이 많을 시기에만 기존 급여의 2배를 주기도 하지만 이는 순전히 이 기간 동안 야근을 하며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해야하는 등 업무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수습기간 종료 후 근세들의 급여수준은 좀 나아질까요?
서울지역의 한 세무법인에 근무하는 한 근세는 수습기간 종료 후 연봉이 3200만원으로 책정됐으며 퇴직금을 제외하면 3000만원 이하라고 전해왔습니다. 그 생고생을 다해 딴 국가공인 세무사 자격증이 보장해 준 벌이가 일반 대기업 초봉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내가 다니는 법인은 근세가 30명이 넘는 업계 상위권 세무법인이어서 그나마 (급여를)괜찮게 주는 편"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세무사는 직업 특성상 영업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영업 못하는 세무사는 불필요하다. 영업 안 되는 세무사는 의미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근세로 오래 일한다고 하더라도 연봉인상은 보통 3년차까지는 500만원씩 인상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영업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능력있는 근세들은 탄탄대로를 달리며 상상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기도 합니다. 물론 소수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근세들은 고용된 지 3년 이후 영업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안 나가고 버틴다고 해도 '책상없이 사무실에 서있는 꼴'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무실 내에서 세무대리 업무만 하면 많은 연봉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젊은 근세라도 영업능력이 좋다면 실적에 따라 많은 연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세들의 근무강도는 어떨까요?
근세들은 기본적으로 야근이 많고 각종 신고기간에는 집에도 못가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개인세무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여성 근세는 "얼마 전 종합소득세 신고 때 한달 동안 사무실에 있는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일 했다"면서 "일한 시간으로 대비하면 절대 돈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현실이기에 근세들은 좀 더 편하고 자유롭게 일하기를 원합니다.
바로 이때 근세들은 '개인사무소 개업'에 도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무서 근처나 상업지구가 몰려있는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세무사무소들이 그것입니다.
□ 근세는 '전쟁터'(?)…개업은 '지옥'
그렇다면 젊은 세무사들이 '근세생활'을 청산하고 그 토록 원하던 개업을 하면 상황은 나아질까요?
대부분의 젊은 세무사들은 조세불복, 세무조사, 상속세, 양도소득세 등 고수익이 보장된 업무를 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의 고객들은 그들에게 그런 일을 맡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른바 초짜 세무사들에게 떨어지는 일은 단순 세무기장인 것이죠.
세무기장이란 세금을 매기고 거둬들이는 일에 관한 사무를 남을 대신해 처리하는 일을 말합니다.
요즘 다른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세무사 업계도 경기침체 장기화와 세무사 과잉공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무소나 법인에 소속된 근세생활이 '전쟁터'라면 개인이 직접 사무소를 차려 모든 환경과 직접 맞닥드려야 하는 현실은 '지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무기장 수수료는 지난 십여년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무실 월세와 보증금 그리고 직원 월급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상승했고 또 상승하고 있습니다.
신규 개업세무사들은 사무실 비용이나 직원고용 등의 고정비용으로 보통 최소 1년 이상 투자비를 회수하는데 매진한다고 합니다.
이들에게는 최소한의 사무실 유지비를 충당하기 위한 거래처부터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투자비를 아끼고 위험을 어느 정도 줄이기 위해 젊은 개업세무사들은 소호사무실에서 개업을 하거나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무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수습을 받은 세무사무소의 책상 하나를 빌려 그곳에서 일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영업능력이 좋은 일부의 경우 금방 투자금을 회수하고 사업을 확장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합니다.
근세에서 탈출해 개업한지 1년 정도 됐다고 밝힌 한 개업세무사는 "동기 개업세무사들 중 거래처가 5개 미만인 사람도 있다. 월 100만원도 못 번다"면서 "기장 거래처가 10개가 안 되는 이들도 많다. 20개 안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어려움을 털어 놓았습니다.
반면 "인맥이 넓은 한 세무사는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이 있을 때마다 참석해 거래처를 단기간에 늘리고 있다"면서 "1년만에 1억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