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두얼굴…포스코는 구조조정 현대제철은 비전선포

포스코 "대규모 임원인사, 계열사 축소, 사업정리"

현대제철 "26조 신규투자로 매출 2배 키우겠다"

철강업계가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 1위와 2위를 달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대처방법이 확연히 달라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는 비장한 각오로 인원을 정리하고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고 나선 반면 현대제철은 10년후 미래청사진을 펼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스코는 임원 25명을 내보내고 계열사를 매각해 그룹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날선 다짐을 하고 나섰다. 반면 현대제철은 10년후인 2026년에 매출 2배로 키워 글로벌 제철회사로 도약하는 청사진을 펼쳤다. 

■ 포스코, 계열사 절반 정리, 임원 43명 인사, 해외사업 중단...고강도 구조조정

지난 15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부실투자와 경영책임을 물어 대표이사 7명을 포함한 임원 43명을 인사조치하고 이중 25명은 퇴직시켰다.

계열사를 절반으로 줄이고 해외법인도 30%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계획에따라 21일엔 인도 오딧샤 제철소 신규진출을 중단하고 기존의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제철 추가투자도 재검토 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 73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2분기에는 6860억원의 이익을 냈다. 과거처럼 1조원이 넘지는 못했지만 최근 3년의 실적을 보면 올해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코는 최근의 이러한 이익이 제품가치, 생산효율, 영업력 등 내부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닌 원자재가격의 하락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이익은 환경변화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때문에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준양 회장 때 인수·설립한 계열사들의 부실이 포스코 그룹 전체 경영안정을 헤치고 있다고 판단해 매각, 청산, 합병 등을 통해 국내계열사와 해외법인을 줄여 내실을 기한다는 각오다.

이러한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권 회장은 인위적인 인원감축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를 팔아버리고 사업을 중단하면 자연스럽게 직원들도 포스코를 떠날 수밖에 없어 직원들은 앞으로 하나씩 발표될 구조조정 세부실행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그룹전체에 불안한 기운이 돌고 있다.      

■ 현대제철 10년후 '매출 31조원 종합소재기반 글로벌기업' 비전

현대제철 우유철 회장은 포스코의 권 회장이 경영쇄신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14일 현대제철의 10년후 비전을 발표하며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특수강, 해외설비, 차량경량화, 강관 등 각 사업부문별로 총 26조원을 투자해 5년후에는 매출을 10조원 끌어 올린 26조원, 10년후에는 현재 매출인 16조원의 두배 수준인 3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이다.

현대제철은 이를 위해 자동차 분야에서 구축한 모델을 통해 건설, 조선, 에너지까지 사업분야를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이런 자신감은 2014년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린데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이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에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년 6개월 사이 4%대에서 11%대까지 상승했다. 

합병으로 인해 외형이 커지는 거야 당연한 얘기지만 영업이익률이 크게 상승해 회사의 효율과 경쟁력이 커져 더 큰 비전을 설정할 수 있게됐다는 판단이다. 

■ 경영계획 발표에도 주가 하락…투자자 반응은 '싸늘'

하지만 포스코의 비장한 구조조정 선언과 현대제철의 미래청사진 발표에도 최근 두 회사의 주가는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동부제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동국제강도 주거래은행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는 등 철강업계 전체가 아직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두 회사가가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과 비전선포가 미덥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게 시장의 설명이다.      

포스코의 구조조정 계획은 이미 권 회장 취임때부터 나온 얘기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는데 요란하게 선언을 하고 홍보를 강화하는 의도가 딴데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번에 퇴출된 25명 임원의 상당수가 정준양 회장때 가스개발사업과 관련한 인원들이고 정리대상 계열사도 정치권과 깊이 관련된 회사들이라 이번 구조조정 계획과 발표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현대제철의 경우도 작년 현대하이스코의 알짜배기 사업인 냉연부문을 가져온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난 7월 1일자로 하이스코의 나머지 부분까지 모두 가져 온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직접 관련된 냉연부문 합병으로 회사실적에 도움이 되었으나 이번에는 강관 등 부실요인을 새롭게 떠맡아 앞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경기침체와 생산과잉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 회사를 이리저리 옮긴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더욱이 정치권에 휩쓸려 방만부실해진 회사를 다시 추스리는 과정에 또 다시 정치적인 의도가 작용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