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납세자 접근성 향상 필요, 고언(苦言) 쏟아졌다

한국납세자연합회(이하 납세연)는 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납세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세심판원 개편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포럼에 모인 학계, 세무대리업계, 법조계 관계자들은 현재 세종시에 위치하고 있는 조세심판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발표자로 나선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조세심판원에 대한 접근성은 지리적 접근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전화을 통한 진술권 행사, 화상전화 등 최근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전화, 화상회의 등이 많이 활용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지리적 접근성이 중요하게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납세자에게 조세심판원의 접근성을 높여 주는 것도 불복기관으로서의 역할"이라면서 "조세사건은 납세자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있는데 지역적 편중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근본적으로 조세심판원의 서울 이전 여부도 검토해 볼 수 있지만 심판원 전체의 이전이 어렵다면 순회심판의 활성화 및 분원 설치를 통해 수도권 납세자뿐만 아니라 세종시로부터 원거리에 있는 납세자의 조세심판 청구의 이용 편의성을 높여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는 "현재 세종시에 내려가 있는 조세심판원의 지리적 위치는 대중교통의 접근성면에서 취약하다"며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요 지역별 분원 설치'를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세무사는 "조세심판원의 순회심판 및 출장접수는 전체 처리건수의 10%에 미달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심판원이 재정의 실질적 납부자인 납세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세심판원 단계에서도 국가 패소 결정에 대해서는 소송비용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세무사는 "잘못된 과세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도록 하면 과세관청의 세무행정이 좀 더 신중해질 수 있고 세정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두번째 토론자로 나선 안경봉 국민대학교 교수는 "조세심판원의 분원 설치 시 분원의 위치 등과 관련한 문제가 예상 된다"면서 "인원 및 예산의 확보 문제를 고려한다면 청구지역의 빈도를 고려해 서울시 혹은 경기도에 우선적으로 분원을 설치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납세자의 편의성을 위해서는 온라인심판 제도가 빨리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발혔다.

그는 법원에서 도입된 전자소송제도가 심판원에도 적용돼야 한다며 다만 이 경우 전자문서의 증거능력이 문제될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심판제도 도입을 계기로 심판관의 증거조사절차를 강화해 법원의 전자소송처럼 전자문서를 모니터, 스크린 등을 이용해 열람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교수는 "국세의 경우 행정소송으로 가기 전 반드시 조세심판원의 심판을 거치게 하는 필요적 행정심판전치주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차원에서도 납세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청구인의 접근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청구인의 진술권을 보장할 수 있다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조세심판원과 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러나 조세심판원이 현실적으로 서울로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몇 개의 대도시에 분소를 설치하는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순찬 한영회계법인 변호사는 "서울에서 조세심판원까지 왕복 5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수도권 납세자들을 위해 조세심판원 분원을 설치하거나 각 심판부마다 자주 순회심판을 열어 납세자나 대리인입장에서 심판원을 이용하기 편리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전화나 영상을 통한 의견진술의 활용이 저조한 측면이 있는데, 그 이유는 대면방식의 심리가 처분청에 대한 대응이나 심판관들의 질의나 자료제시 요청 등에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납세자들이 선호하는 대면심리를 위해서도 조세심판원 분원 설치나 순회심판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실무적 인터넷 심판청구 접수에 대한 홍보가 더 많았으면 한다며 이에 대한 조세심판원의 적극적인 홍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