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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대리인 제재 강화'…진짜 피해자는 국세공무원?

  • 보도 : 2015.07.20 09:19
  • 수정 : 2015.07.20 09:19

◆…이은항 국세청 감사관이 지난 6일 국세청 기자실에서 세무대리인의 비리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은 세무대리인의 금품제공 등 비리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징계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사진 김용진 기자)


국세청이 세무대리인이 연계된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날카로운 칼을 빼들었지만 이번 대책으로 남몰래 속을 앓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국세청 직원들이다. 

국세청은 지난 6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세무부조리 근절 종합대책에 일환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행위을 저지르는 세무대리인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금품을 제공하는 세무대리인에 대해선 징계를 강화하고 징계로 등록이 취소된 세무대리인은 재등록을 하지 못하는 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금품제공 액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직무정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무사법 위반시 징계요건 조사를 반드시 실시하고 위임장 없는 대리, 조사 진행 중 대리인 교체 등에 대해서도 관리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무대리인을 배제하고 조사과장이나 팀장이 납세자를 직접 면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 국세청 종합대책을 둘러싼 '썰'들 = 국세청 대책 발표 후 세무사 업계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 마냥 들끓기 시작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금품을 제공한 세무사를 잡기 전에 금품을 받은 국세공무원부터 먼저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세무대리인을 배제한 채 납세자에게 직접 세무조사와 관련한 사항들을 설명하는 것도 너무 과도한 조치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강남 일대 성형외과의 세무대리 업무를 하며 국세공무원들에게 무차별 금품을 살포했던 세무사 등 그동안 터졌던 각종 비리의 책임을 세무대리인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업계의 젊은 세무대리인들이나 비(非)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은 오히려 국세청의 대책을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A세무대리인은 "일선 세무서 과장들은 비(非)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을 아예 만나주지도 않는다. 금품 제공도 '국세청 출신'이라는 딱지가 붙어야만 가능한 셈"이라며 "비리 근절 대책이 시행되면 모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B세무대리인은 "세무대리 업계를 국세청 출신이나 대형법인들이 꽉 잡고 있다 보니 마치 이들의 목소리가 업계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젊은 세무대리인들은 국세청 대책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진짜 억울한 사람은 국세공무원? = 국세청의 세무부조리 근절 종합대책이 겨냥하고 있는 지점은 세무대리인들이지만 오히려 이 대책을 바라보는 국세공무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결국 이 대책의 궁극적인 타겟은 현재는 물론 향후 몇 년 안에 퇴직하게 될 국세공무원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세공무원들이 퇴직 후 개업을 하는 상황에서 국세청의 종합대책은 국세청의 인맥을 활용해 활동해왔던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의 목줄을 죄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국세청 직원은 "사실 그동안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이 국세청 인맥을 활용해 영업활동을 유리하게 해왔었고 이 사람들은 이제 아쉬울 것이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퇴직하게 될 국세공무원들은 꼼짝없이 이 대책 때문에 선배 세무사들과 같은 영업전략을 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위임장 없는 세무대리인에 대해 사전·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대책도 사실은 세무대리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세공무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사사무처리규정 제28조 2항에는 '조사공무원은 제1항에 따라 세무대리인이 조사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게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당 세무대리인으로부터 그 권한이 있음을 증명하는 위임장을 제출받아 조사관서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기존에도 이 규정이 있었지만 관행상 위임장을 향후에 받거나 위임장에 기재된 세무대리인과 대리업무를 하는 실제 세무대리인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었다.

국세청이 위임장 없는 대리인을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한 것은 결과적으로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이 눈에 드러나지 않는 '인맥'을 활용해 세무조사 등 행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세청 안팎에서는 국세청 출신 모 세무사가 세무조사 대리를 수행하고 있는 업체들의 세무조사 진행 상황 및 결과를 '특별관리'하고 있다는 괴소문(?)까지 떠돌고 있을 정도다. 

대책의 실효성도 문제다. 

국세청은 내부 직원에 대해서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무대리인에 대해선 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세무사에 대한 징계권이 국세청에 없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할 수 있는 것은 위임장 없이 세무대리 업무를 하는 세무대리인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조사과정에서 위임장 없는 세무대리인이 걸렸다면 처벌은 국세공무원만 받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업무처리하는 과정에서 위임장이 없는 세무대리인을 어쩔 수 없이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국세공무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선 세무서의 한 직원은 "서류제출 등으로 찾아 온 사람을 내칠 수 없어 위임장이 없는 경우에도 만나기도 한다"며 "원칙적으로는 만나면 안 되지만 일하다보면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너무 엄격한 잣대만 들이댄다면 실무자들이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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