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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5시]

"부가세 신고 바쁜데"…'개업식' 쫓느라 더 바쁜 직원들

  • 보도 : 2015.07.17 15:04
  • 수정 : 2015.07.17 15:04

◆…뜨거운 7월, 부가세 신고와 더불어 일선 직원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바로 6월에 퇴임한 선배 국세공무원들의 세무사무소 개업식이다. 시간도 없거니와 적지 않은 금액의 '발전기금(개업 축의금)'까지 전달해야 하는 개업식이 연달아 있기 때문이다.

매년 7월이면 부가가치세 제1기 확정신고로 일선 세무서는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더위와 납세자들보다 일선 직원들을 더 '진땀'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6월 말 퇴임한 선배 국세공무원들의 세무사무소 개업식이다. 십수명에 달하는 세무서장들이 퇴임하고 난 뒤 너도나도 서신을 보내 자신의 개업식에 참석해 줄 것을 부탁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직원들로서는 개업식에 참석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한때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또는 상관의 개업식이니만큼 안갈수도 없어 쓴웃음만 짓고 있다. 

□ 개업식 시즌, 직원들 지갑에는 '먼지'만 풀풀 = 지난 6월 퇴임한 서울국세청 산하 세무서장급만 해도 13명, 중부국세청 산하 세무서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22명이다.

7월 현재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국세청 전현직 동료들에게 인사장을 돌리며 세무사로서의 '새출발'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인사장을 받아든 동료들, 특히 현직 동료들은 씁쓸한 표정을 애써 감추고 있다.

이들의 개업식이 모두 7월에 몰려있는데, 7월은 부가세 신고로 한참 바쁜 기간이기 때문이다.

또 한번에 못해도 5~10만원 가량 내야하는 발전기금(개업 축의금) 때문에 개업식 몇군데만 다녀도 월급 중 상당 부분이 털린다는(?) 것이 일선 직원들의 설명이다.

7월 달력에 개업식 일정을 쭉 적어놓은 한 일선 과장은 "그래도 모셨던 상관인데 축의금으로 5만원을 낼 수는 없다. 한 개업식마다 10만원씩 축의금을 내곤 하는데 개업하는 분들이 많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일선 직원은 "이제는 이런 개업식 문화는 사라졌으면 한다. 직접적으로 안면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무차별 개업인사장을 돌리는 것은 결국 축의금 받겠다는 것 밖에 안되지 않느냐. 매우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일부 개업식은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10시간 이상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둘러 대기도 힘들어 꼼짝없이 갈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모 직원은 "대부분의 개업식은 오전 10시 또는 11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된다"며 "부가세 신고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바빠서 못간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다. 개업식에 가서 꼼짝없이 축의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직원은 여담으로 "정기인사 때 그만두고 나간 직원의 경우 동료들의 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고 나간 것이기 때문에 기꺼이 개업식에 참석한다"며 "하지만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나간 직원의 경우에는 그 업무를 다른 직원이 모두 도맡아 해야하기 때문에 얄미운 마음에 아무도 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 '새출발' 한다지만 현실은... = 이렇듯 적게는 십여년 많게는 30여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다 세무사로서 새출발을 하는 이들의 분위기도 그다지 밝지는 않다는 것이 개업식에 참석했던 한 직원의 귀띔. 

그는 "말로는 새출발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퇴직과 맞물려 떠밀리다시피 개업을 하는 것"이라며 "과당경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시장구조로 인해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진행된 개업식에는 오는 12월 퇴임을 앞둔 세무서장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불과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자신의 퇴임 생각에 마냥 어제의 동료의 개업을 축하만 하고 있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개업식을 널리 알리는 이유가 개업 뒤 수개월 동안 찾아올 '보릿고개'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당수 퇴직자들이 기장 등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개업을 하기 때문에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까지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어, 개업 축의금으로 일정기간을 버틴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만큼 시장 환경이 척박해졌고, 또 척박해 질 것이라는 것이다.

모 일선 관계자는 "돈이 없어서 기장도 사지 못한 채 개업을 하는 국세청 OB들이 많다"며 "수개월간 개업식 때 받은 발전기금으로 인건비, 임대료 등을 충당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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