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몫 면세점 입찰에 제주관광公 참여 논란 증폭

"한국관광公 철수·서울시 포기하는데…정부정책 역행"    

제주시내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가 참여해 중소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이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방안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제주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 신청을 받은 결과 외식업체 엔타스의 자회사인 엔타스 듀티프리, 부영주택 등 7개 중소기업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제주면세점 외에 제주관광공사가 사업권을 신청했다. 

중소기업계는 이에 대해 상생협력 차원에서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배정한 면세점에 대기업이나 다름없는 공기업이 참여한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공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는 법률적 해석을 내세우며 사업권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 "면세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해외기업·투기자본 등의 진입까지 막아야 한다"며 "제주관광공사는 본연의 영역인 관광자원개발, 홍보마케팅, 관광시스템개발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또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한국관광공사의 면세점 사업을 철수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관광공사가 입찰에 참여한 것은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시각이다.  

이처럼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에 면세점사업 기회를 확대해주겠다며 한국관광공사까지 면세점사업에서 철수시킨 상황에서, 지방 공기업이 참여하고 나서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 1일 제주관광공사가 면세점 사업권 신청서를 내고 원회룡 제주도지사는 신청 전에 김낙회 관세청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공공입찰에 불공정하게 개입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의 이같은 행보는 서울시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감안해 면세점사업을 포기한 사례와 확연히 달라 설득력을 잃고 있다. 

서울시도 올해 시내 면세점 사업을 검토했지만 면세점 사업 과정에서 여행사에 수수료를 제공하게 되는데 따른 도덕적 비난이 우려되는데다 공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이 아닌 명품을 판매하는 것이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진출을 포기했다. 

이와 관련 제주관광공사측은 "관광산업 수익이 대기업 면세점에 집중되고 있다는 도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면세점 수익금을 제주시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기업측은 "대기업에 이익이 집중되지 않게 하려고 중소기업에 사업을 배정한 것인데 대기업이나 다름없는 공기업이 참여한다는 게 문제"라며 "제주관광공사는 성산항 면세점을 오픈하고도 매출이 하락해 운영능력도 의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면세점 운영능력이 떨어지는 공기업보다 유통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이 면세점을 운영하는 쪽이 제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오래전 부터 준비해 온 곳은 엔타스 듀티프리와 ㈜제주면세점이었다. 

이 가운데 ㈜제주면세점은 제주도 중소기업 3곳과 함께 관광인프라 시설, 전문인력, 유통 및 마케팅, IT시스템 등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부영주택 등 4개의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해 6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상태여서 무차입경영이 가능할 정도로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제주관광공사는 이미 중문단지, 성산항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이번에는 중소기업들에게 사업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며 제주관광공사의 참여에 문제를 제기했다. 

중소·중견 면세점협의회 관계자는 "지방공기업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이나 마찬가지 상대"라면서 "정부가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제주관광공사의 사업권 신청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전문가들은 설사 제주관광공사가 중소·중견기업 자격요건을 갖춰 사업권을 따내더라도 중도에 자격을 둘러싼 법적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홍기 중소·중견면세점연합회 회장은 비록 제주관광공사가 중소기업청으로 부터 중소기업에 해당된다는 확인을 받아 신청자격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2017년 이후에도 중소기업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법적 시비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공기업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면 중소기업에 해당되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자산총액이 5천억원 이상인 법인이 30%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출자한 법인의 경우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되 중소기업의 지위를 갖고 있는 경우 3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이 법적 논란이   되는 주체를 사업권 선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문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