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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약탈적 조세 명의신탁 증여의제 폐기해야

  • 보도 : 2015.06.11 08:00
  • 수정 : 2015.06.11 08:00

헌법재판소에서 여태까지 가장 많이 지속적으로 위헌문제가 제기된 것이 명의신탁을 증여로 의제하여 세금를 부과하는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조항이다.

다섯 번 이상 위헌 여부가 판단대상에 올랐지만 모두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아직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이 거듭 계류되고 있다. 

부동산 명의신탁 과세는 친족 간의 증여세 회피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것이 엉뚱한 변용을 거치면서 당초 입법취지와 무관하게 제재적 조세로서 존속되고 있다.

부동산 명의신탁은 이미 1995년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세법의 영역을 떠났다. 과징금과 형사적 제재가 뒤따르게 되어 있다.

아직까지 문제되고 있는 주식의 명의신탁은 친족이나 친지 혹은 직원 등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에서 서로 간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져 왔다. 명의신탁은 사법적으로는 유효한 것이어서 불법행위도 아니고 신탁받은 주식의 실질 소유권이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세법 상으로는 그 결과가 딴판이다.

명의수탁자는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증여세의 수증자 납세의무 원칙에 의하여 증여세가 부과된다. 이름을 빌려 준 것 이외에는 어느 것도 받은 바 없는 데 증여세를 내게 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는 연대납세의무를 지고 있는 신탁자가 그 과세를 다투고 책임을 져준다. 그렇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방에서 서비스업을 하는 재산가 A는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날리자 다수 직원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하여 돈 까지 빌려 주식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차명임이 밝혀지고 무려 400억원이 증여세로 부과되었다.

주식투자 목적이지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하였다. 위헌을 주장한 헌법소원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본인 재산의 태반을 날리게 되었다.

B는 사장의 요청으로 주식을 수탁받았던 직원의 미망인이다. 그 회사는 경영난에 빠져 부도가 났고 수습 과정에서 명의신탁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이 증여세 과세 이전에 사망하여 남편이 명의수탁자로서 물어야 할 20억원이 세금이 고스란히 상속인인 본인에 과세되었다.

그녀가 받은 고유의 상속재산 10억원 가량 전부를 납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망인으로서는 남편이 회사 주식을 명의수탁받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위 두 사례를 보면, A는 신탁자로서 주식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하여 직원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여 투자하였다가 막대한 재산을 국가에 내놓게 되었다. B는 모든 상속재산을 날리게 되었다. 영문도 모르면서. 

A나 B 모두 증여세를 내게 되었지만 재산을 무상으로 주거나 받은 일은 전혀 없다. 과연 이들이 세금 부과를 납득할 수 있을까?

사법적으로 유효한 행위가 세법규정에 따라 국가가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가져간다. 명의신탁을 규제하는 것이 세법상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에 비하여 부과되는 세액은 턱 없이 많다. 

명의신탁 과세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명의신탁의 경우와도 형평에 맞지 않지 된 지 오래이다. B의 경우 명의수탁의 책임이 없는 상속인 B가 제재나 불이익을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의한 증여세는 전형적인 약탈적 조세이다. 세금이라는 이름을 가진 무상몰수에 다름이 없다. 조세로서 정당성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는 점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서는 합헌결정만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헌법불합치로서 개선입법의 계기라도 만들어 주어야 했다.

벌써 없어져야했던 기형적 제도가 끈질기게 존속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사법치사라는 말이 나왔지만 사법몰수라 불러야 할 것 같다. 

명의신탁 증여제도의 개선은 이미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여 왔고, 역외탈세가 주목받으면서 국외에서의 명의신탁의 불가피성을 둘러싸고 더욱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미 이를 주식실명법이나 과태료부과로 개선하자는 한국조세연구원의 입법용역 결과도 나와 있다. 관계 당국과 입법자가 적지 않은 세수에만 연연하여 제도 개선을 미룬다면 세법의 정당성과 순응성을 지속적으로 저하시킬뿐더러 우리 세법체계의 국제적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납세자의 재산권 보장, 과잉금지 원칙이라는 헌법 이념을 외면하여 온 사법기관도 새롭게 눈을 떠야 한다. 반문명적인 제도인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제도는 시급히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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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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