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시간끌기냐, 사실상 이완구 '사퇴' 종용(?)이냐…촉박한 일정 속 긴급 회동
사면초가(四面楚歌), 진퇴양난(進退兩難)이 따로 없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총리의 의혹이 연일 불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그의 거취문제에 대한 입장을 놓고 점점 수위를 높이며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16일 오후 3시15분부터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급히 불러 단독 회동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 박 대통령-김무성 단독 회동, 해석 분분 =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당내외 의견을 김 대표로부터 듣고 "잘 알겠다. (중남미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밝혀 사퇴와 관련한 '시간끌기'라는 해석과 여론추이를 지켜보면서 사실상 '스스로 사퇴' 하는 것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국회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의견을 가감 없이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떤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고 특검을 도입하는 게 진실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권 최대의 위기를 맞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답변 치고는 대단히 애매하고 짧다는 지적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 야 "시간 끌기"…여 "국정공백 우려, 기다리라는 것" =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회동은 시간끌기 회동에 불과하다"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9박 12일이라는 순방기간 동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도피성 해외 출장을 앞두고 면피용 회동으로 모양새를 갖추려 한 것 같다"며 "국민은 이완구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기대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 수사 대상인 이병기 비서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친박 비리 게이트에 대해서 논의한 것은 대책회의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통령이 9박12일의 해외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는 안이한 시각이라 더욱 실망이 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총리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당장 사퇴를 하면 순방기간 동안 누가 직무대행을 하는 문제도 커지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언만 보면 '기다리라'는 의미 같다"며 "또 여론 추이도 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사실상 '스스로 사퇴' 압박(?)…순방 전 총리 아닌 여당 대표 회동 '의미심장' = 반면, 해외순방을 떠날 경우 국정2인자인 총리가 국정 운영 직무 대행을 맡음에도 이 총리를 부르는 대신 집권여당의 대표를 직접 부른 것 자체로 이 총리에게 압박이 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순방 중에 사실상 '스스로 사퇴'하도록 종용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핵심적 증언들이 쏟아져 사실상 '식물총리'가 되어버린 이 총리가 대통령이 순방 중 직무대행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었고, 여당에서도 굵직하게 '사퇴'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핵심 의혹이 터져 나오는 이 총리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무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으로, 김 대표 역시 4.29 재보선으로 연일 선거지역을 돌며 강행군 지원을 펼치는 등 촉박한 일정 속에 이뤄진 긴급 회동인 만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파급력을 직감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정치권 해석이다.
당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이 총리 입장에서는 압박을 받을 거 같다"며 "순방보다 더 급한 게 성완종 리스트 문제고 계속 증언이 나오는 이 총리의 거취가 제일 문제인데, 이 부분을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금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 계속 언론이 터트리니까 감당이 안 되고 있다"며 "이대로 두면 바로 코앞에 닥친 재보선도 문제이지만 내년 총선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지금 (이 총리와) 선을 긋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