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좀 하세요" = 임환수 국세청장은 차세대TIS로 일선 직원들의 불만을 익히 알고 있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종로세무서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생각보다 격앙된 직원들의 반응에 배석한 본청 관리자들이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임 국세청장은 "예상보다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이해하고 합심해서 극복해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사진 국세청 제공)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에 대한 일선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일선과 본청 사이에 '벽'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임환수 국세청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차세대TIS 개통 초기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문제나 과도한 프로그램 설치, 운영체제 오류 문제 등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임 국세청장이 직접 일선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임 국세청장은 지난달 27일 종로세무서를 방문해 무려 3시간 동안 직원들의 불만과 의견을 직접 경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 국세청장을 비롯해 서대원 기획조정관, 심달훈 징세법무국장, 박만성 차세대TIS추진단장, 정책·징세·부가·소득·전자세원과장 등이 참석해 일선 직원들의 질문과 의견을 즉석에서 답변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간담회 시작 전부터 일선 직원들이 어떻게 높으신(?) 임 국세청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직원들의 불만이 가감없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제일 많은 불만이 나왔던 부분은 징수 분야.
수납액이 이중으로 잡히거나 납부된 세금도 체납으로 뜨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선 직원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차세대TIS는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화하기 때문에 문서를 접수하고 스캔하고 등록하고 이송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의전은 필요없어요" = 당초 종로세무서는 임 국세청장의 자리를 별도로 마련해놨지만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겠다는 임 국세청장의 의지에 따라 직원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직원들은 임 국세청장이 한시간 정도만 있다가 자리를 떠날 줄 알았지만 3시간 가량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사진 국세청 제공)
이날 간담회에서 언급하기 매우 껄끄러운 '소통' 문제에 대한 의견도 가감없이 나왔다.
일선 직원들은 차세대TIS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본청 실무진에서 내놓는 무성의한(?) 답변('괜찮다', '문제가 해결될테니 기다려라')에 본청과 현장 사이에 '벽'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쏟아낸 것이다.
특히 국세청 내부망에 만들어진 익명게시판에 직원들이 토해낸 차세대TIS에 대한 불만과 수위높은 비난의 목소리를 임 국세청장이 직접 보고 있냐는 발언까지 나오며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을 당황시켰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임 국세청장은 각오한 듯 "본청이 벽이라거나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 자신도 익명게시판도 직접 보고 있고 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직원은 "마음에 칼을 품고 임했지만 최고 관리자에게 너무 직설적으로 말했던 부분은 조금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나중에 보니 참석한 본청 국과장들의 얼굴이 너무 피곤해보여서 우리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차세대TIS 때문에 우리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원들이 많이 느꼈다"며 "임 국세청장도 이날만큼은 의전 등은 다 제쳐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듣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에 대한 답변을 2만명의 직원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내부망에 공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