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은 얼추 막았는데…말소리는?" = 조사국이 위치한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11층은 내외부 할 것 없이 철저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이는 서울 수송동 청사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조사국 소속 직원이더라도 과, 계(팀)가 다르면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해 묻거나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것이 조사국의 오랜 '풍토'. 조사국 업무는 '보안'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성동 국세청사는 방음이 부실해 옆 사무실 직원들의 대화나 전화통화 소리가 벽이나 천장을 타고 들리는 등 보안을 강조하는 것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이 속담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도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람의 말 한마디의 무게가 중요함을 뜻한다. 중요한 정보가 제3자의 귀로 흘러갔을 때 그것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보안은 더욱 중요해진다.
검찰이나 경찰 등 사법기관은 물론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사정기관 소속 공무원들에게 '보안'은 특히 중요하다.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던지는 한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전통적으로 보안을 중시하는 기관.
국세청에서도 '조사국'은 특히 더 극성이다.
조사국 소속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한 사항을 내외부에 알리지 않을 뿐더러, 아예 조사국이 배치된 사무공간은 외부인은 물론 내부인(타 국실 직원)의 출입조차 통제하고 있을 정도다.
10여년 전에는 '조사국 비노출' 방침 아래 외부는 물론 내부 직원들에게까지 조사국 소속 직원들의 배치현황을 알리지 않는 제도가 운영되기도 했다. 지금은 이 제도가 폐지됐지만 역외탈세 정보수집 요원 등 여전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비밀직원'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
조사국이 보안을 중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납세자 개인정보 특히 납세자들의 '치부'를 파헤치는 세무조사 업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조사국 소속이더라도 과 또는 계(팀)이 다르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풍토가 조사국에는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전국 6개 지방국세청과 115개 일선 세무서 조사국 또는 조사과 업무의 방향을 설정하고 총괄 콘트롤하는 본청 조사국의 보안 시스템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기면서 국세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 수송동 청사 시절 상상할 수 없었던 '방음' 문제가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로 옮겨오면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종시 국세청사는 전체적으로 방음에 취약하다는 것이 국세청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바로 옆 사무실에서 대화내용이나 전화통화 소리가 자세하게 들릴 정도이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하지만 조사국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취약한 방음시설로 인해 업무와 관련한 대화나 전화통화를 할 때 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업무협의를 위해 조사국을 방문한 타 국실 직원들이 들려오는 소리들을 모두 들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을 할 정도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방음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청사관리를 국세청이 아닌 청사관리소에서 하다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 이전 당시 국세청은 수송동 청사 시절과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신분증을 찍고 출입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하려고 했지만 청사관리소와의 협의 문제로 지연되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직접 부탁해 겨우겨우 보안이 강화된 출입문이 설치되기도 했다.
청사관리 부분에 있어서는 국세청도 청사관리소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입장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조사국 직원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국은 다른 과보다 보안이 중요한데 방음이 취약한 것은 큰 문제"라며 "하지만 청사관리는 우리한테 권한이 없어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