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 있어서 공소시효가 있듯이 세금 문제에서도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통 '조세시효'라 하고 세법에서는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세법에 정한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과세요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납세자가 어려운 세법을 잘 몰라서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세금을 더 냈다면 어떨까요.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착오로 인해 발생한 오납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일까요.
□ 세금 잘못 냈어도 제척기간 지나면 환급불가? = A법인은 지난 2011년 부과제척기간을 도과한 2003사업연도 법인세를 수정 신고해 세금을 납부했습니다.
이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당시 수정신고에 대해 착오납부를 사유로 국세환급금신청서를 첨부해 과세관청에 환급 결정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으로부터 되돌아온 답변은 '환급 거부' 통지였습니다. 이에 불복한 A법인은 조세심판원에 오납금에 대해 환급 해야한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A법인은 먼저 "특별세무조사 기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조사관청의 수정신고 권고에 따라 수정 신고한 것으로서 우리 법인이 스스로 인지한 것이 아니고, 조사관청이 수정 신고일에 수정신고서 제출과 납부이행까지 완료하도록 독려해 충분한 사전검토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설령 처음부터 납부의무가 존재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미 국세부과 제척기간이 도과해 납부의무가 소멸된 것인 점을 비추어 처분청은 해당납부액을 국세환급금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관세관청은 입장을 달리했습니다. 과세관청은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이 지난 후에 과소신고 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스스로 바로잡아 자진신고 납부한 세액에 대해서는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이 경과해 환급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해당 수정신고가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세법에 따라 신고해야 할 금액보다 많게 신고한 경우에는 경정청구의 절차를 통해 환급신청할 수 있으나, 경정청구기한도 이미 지났다는 것입니다.
관세관청은 이에 "해당납부액이 착오납부에 해당한다면 그에 대한 환급청구권은 부당이득 반환청구로 보아 민사소송절차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환급을 거부했습니다.
□ 심판원 "부과제척기간 경과해도 잘못 납부된 세금 돌려줘야" = 관련법령 및 사실관계 등을 종합한 조세심판원은 A법인의 입장과 동일했습니다.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해 소멸된 납세의무가 수정신고를 했다고 해서 다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쉽게 말해 부과제척기간이 지났어도 잘못 납부된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조세채무가 소멸하면 과세관청이 부과권을 행사한다거나 납세자 및 과세관청이 과세표준 또는 세액을 변경하는 결정·경정도 할 수 없어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부담할 법령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부과제척기간 경과 후 수정신고를 허용하는 경우 신고내용에 오류 또는 누락이 있더라도 이를 결정·경정하기 어렵고, 국세 관련 권리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려는 부과제척기간의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이에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해 소멸된 납세의무가 수정신고를 했다고 해서 다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납부액은 부과제척기간을 도과한 과세기간분에 대한 세액으로서 오납금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환급을 거부한 처분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