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섭외 자제한 '납세자의 날' = 3일 진행된 '제49회 납세자의 날' 행사는 평년과 다르게 차분히 진행됐다. 가급적이면 연예인 섭외를 자제하라는 국세청 지침이 일선에 내려진 것이 그 이유였다.
먹구름으로 인해 흐린 날씨였던 지난 3일 오전.
서울지역 일선 세무서의 분위기는 예년과 달리 차분했다.
이날은 바로 '제49회 납세자의 날'로 평년 같았으면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임명된 연예인들을 취재하려는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송혜교, 장근석 등 연예인들의 탈세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본청 차원에서 납세자의 날 행사에 연예인들을 섭외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지침이 내려왔던 것.
이에 서울시내 세무서들은 몇몇 세무서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일반납세자를 명예민원봉사실장에 임명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납세자의 날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연예인을 섭외하지 않은 모 세무서의 '납세자의 날' 행사 모습. 취재진으로 북적였던 예년과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하게 행사를 진행했다.
□ 연예인 사라진 '납세자의 날' 풍경 = 지난해 서울청 산하 대부분의 세무서들이 앞다퉈 연예인들을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섭외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해는 대부분이 일반납세자를 민원봉사실장으로 섭외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인기가수를 민원봉사실장으로 임명했던 한 세무서.
당시 행사장에는 다수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로 뜨거웠고,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행사의 중심이었던 인기가수는 연거푸 단상으로 불려나가 거의 모든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진행했으며 청중들의 거듭된 요청에 못이겨 노래까지 한 곡 부르고서야 행사를 마무리지은 바 있다.
박수와 웃음이 함께했던 당시와 비교했을 때 이번 행사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입구까지 북적이던 취재진들은 올해에는 온데간데 없었으며, 참석자들의 웅성거림, 호기심어린 눈초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용히 시작된 행사는 모범납세자 시상식 후 명예세무서장과 명예민원봉사실장의 순시 및 일일업무로 차분히 마무리됐다.
이처럼 서울시내 세무서들은 예년과 사뭇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실제 서울청 산하 총 25개 세무서 중 연예인들을 섭외한 곳은 단 6개 뿐이다. 나머지 21개 세무서들은 대학생, 교사, 기업인, 세무사 등 다양한 직종의 관내 성실납세자를 섭외해 행사를 진행했다.
연예인을 섭외한 곳들도 섭외기준을 '흥행'에 두는 것이 아닌 이미 섭외해서 취소하기 어렵거나 기존에 매년 섭외해 온 모범납세자 수상경력 연예인을 섭외했다고 알려졌다.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 세무서 강당 입구. 연예인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으로 북적였던 예년과 달리 이날 행사장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 "일반납세자, 친근해서 더 좋아요" = 한편 연예인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치른 이번 납세자의 날 행사에 대해 일선에서는 나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반응이다.
연예인들을 섭외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납세자의 날을 홍보하는데에는 좋겠지만, 납세자의 날의 본래 취지를 생각해봤을 때 관내 성실납세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는 것이다.
또한 바쁜 스케쥴 탓으로 섭외하기 힘든 연예인보다는 관내 성실납세자를 섭외하는 것이 수월하며, 민원봉사실에서도 좀 더 많은 시간을 직원들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세무사를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섭외했다는 한 직원은 "올해는 가급적 연예인 섭외를 지양하라는 지침이 있어서 관내 세무사를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섭외했다"며 "연예인을 부르면 시각적으로는 좋지만 실제 일을 해보니 세무사가 와서 하는 것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내 모범납세자를 불러 명예민원봉사실장을 시키는 것이 납세자의 날 취지에 맞고 좋다"며 "연예인이 오면 기사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사실 별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강남세무서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위촉된 배우 김소연. (사진제공 = 강남세무서)
다른 세무서 직원은 "연예인들은 바쁘다며 사진만 찍고 가버리지만 이번에는 일반인을 위촉해 같이 있는 시간도 많아졌고 더 친근감이 있었다"며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을 섭외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모범적인 납세자라면 굳이 연예인을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을 부르는 것은 전시효과밖에 없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일반 납세자를 중심으로 진행해봤다"며 "연예인을 부르면 좀 더 주목받을수는 있겠지만 납세자의 날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실제 성실납세자와 함께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연예인들을 섭외한 세무서들의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신중하게 섭외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연예인 섭외를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만큼 차후 문제가 없도록 숙고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연예인을 섭외한 모 세무서 직원은 "납세자의 날 홍보차원에서 연예인을 섭외하면 언론에서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런 점은 장점"이라며 "연예인을 위촉했다가 탈세문제가 불거지면 세무서 이미지에 타격이 올 수 있지만 우리 세무서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검증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급적 연예인 섭외를 지양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기 전에 섭외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검증을 해서 위촉했다"며 "납세자의 날 홍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범납세자로 표창받은 바 있는 모 연예인을 섭외한 한 세무서 관리자는 "물론 연예인 섭외를 자제하라는 지침이 있었지만 우리가 섭외한 연예인의 경우 기부활동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섭외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미 명예민원봉사실장 경험이 있기도 해 섭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