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보험사기는 민생침해 범죄…특별법 제정해야"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인 보험사기. 돈 때문에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헌신짝 버리듯 하는 추악한 범죄이다. 

보험금을 노린 '자해공갈단'이나 '나이롱환자'는 이젠 애교 수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돈 때문에 부모는 물론 자식까지 살해하는 잔혹한 보험사기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생활 정치'를 중시하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파수꾼을 자처하고 나섰다. 보험사기의 대상이 돼 억울하게 생명을 잃거나 금전적 손실을 입는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박 의원은 보험사기와 관련해 "민생을 우선시 하겠다는 신조 아래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며 "보험사기는 민생을 어지럽히는 범죄여서 대안을 찾게 됐다"며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발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안이 훗날 '박대동법'으로 불리길 소망하며 대표 발의했다. 국회의원 회관을 찾아 이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Q. 보험사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배경과 관련 입법활동을 위해 노력해 온 과정을 소개하자면.

= 정치는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며,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목적이다. 보험사기는 사회 근간을 흔들고 기본적인 행복권마저 위태롭게 한다. 또 많은 사회적 비용 지출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보험사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먼저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업 종사자들의 보험사기 가담 방지를 내용으로 담고 있고, 지난 2013년 12월 본회의에서 통과돼 시행 중이다. 하지만 보험사기는 근절되지 않고 있고 일반 국민이 보험사기범으로 돌변하는 사례도 점점 증가했다.

보험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한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아 문제다. 따라서 형법 아닌 특별법으로 가중처벌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며, 지난 9일에는 법안 심사를 앞두고 전문가들을 모아 토론회를 열었다.

Q.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현행법 체계와 제도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 사법당국은 보험사기에 온정주의 관행을 보였다. 한국조사정책연구원이 형사 판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보험사기를 벌금형으로 처벌한 사례가 50% 이상이다. 일반 사기의 경우 징역형이 40% 이상인 점과 대비된다. 

갈수록 지능화·흉포화·조직화 돼 가는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 철저한 단죄가 필요하다. 유관기관과 역할을 명확히 하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보험사기는 사기죄(10년 이하)로 처벌하지만 특별법상 보험사기의 형량은 금액이 5억원 이상일 때 가중처벌 되도록 했다.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을 내리도록 규정했다. 또 보험살인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 7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종속 살인죄와 동급인 형량이 부과되고 보험상해는 3년 이상, 보험상해치사는 5년 이상으로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는 아파야 한다. 아파야 교정·교육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기의 사회적인 파장을 생각하면 형량을 특별히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

Q.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보험 가입 건수가 불필요하게 많다는 의견이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보험사기가 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 보험은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상품이어서 특별하게 다루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수입보험료 기준 규모는 세계 8위이며, 1인당 보험료 기준은 20위를 차지하고 있다. GDP 대비 수입보험료는 5위로 대한민국은 보험공화국이라고 볼 수 있다. 연고주의, 가족 중심 문화의 유산 역할, 고령화 시대에 따른 노후 대비책 등 보험의 독특한 성격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벌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률이 높다.

그런데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은 관대한게 문제다. 지난 2010년 기준 미국 소비자의 2~4%만 “보험사기를 용인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30%로 관대했다. 

교통사고 입원 비율을 살펴보면 보험과 관련한 모럴 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인당 보험료 기준으로 6.2%가 입원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58%가 넘는다.

Q. 보험사기범들은 보통 중복 가입을 하는데 이를 막을 방안은 없는가. 현재 보험 가입자의 신상정보는 보험개발원 및 개별 보험사만 가지고 있다.

= 보험의 중복 가입은 보험사기의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곳에 같은 보험을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위험성에 대비한다고 보기에도 지나친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고객을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중복 가입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자사 가입자를 과도하게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으로 정보공유를 강제하기 보단 먼저 업계가 자율적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때 법이 최후의 수단으로 강제하는 것이 옳다.

Q. 보험사가 보험사기를 심사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시키거나 지급액을 축소한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사기와 무관한 가입자가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데. 

= 특별법안에 보험사기 행위 조사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다.

보험사기 조사를 철저히 하면 보험금 지급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심사기간을 억지로 단축하면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사기적발에도 지장이 없도록 힘 써야 한다.

Q. 특별법에 보험사기 전담 상설기구 조항이 있는데 어떤 구상이신지. 또 보험사의 보험사기조사팀(SIU)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데. 

= 보험사기가 근절될 때까지 보험사기방지 전담 상설기구를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전담 검사와 수사기관, 관계부처의 협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총리실 산하에 둘 필요가 있다. 

보험사 직원에게는 수사권이 없다. 보험업계는 수사권 부여를 요구할 수 있겠지만, 수사권을 남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Q. 금융 산업에서 소비자보호 이슈가 점차 중요시되고 있는데 보험산업에서는 어떠한 과제가 있는가. 

= 보험사기로 인해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2010년 기준 연간 3조4000억원이 보험사기로 불필요하게 지출됐다. 보험사기범 때문에 가구당 보험료 20만원을 더 낸 셈이다. 이를 돌려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