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는 없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연말정산 현안보고'를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한 세출구조조정이 우선이며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자세를 견지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여야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연말정산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버려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했던 복지공약을 그대로 실천하고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연말정산 현안보고'에서 "박 대통령의복지공약 재원계획이 134조원이었고 그 중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18조원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약속한 공약을 지금의 시스템으로 한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지금 복지를 줄이던지 세금을 늘리던지 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게 된다. 여당 원내대표가 '증세없는 복지는 없다'고 얘기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며 "정부가 증세는 아니라고 하지만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도 증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정부의 재원확보 방안이) 한계에 도달하면 국민대타협을 통해 증세를 하겠다고 했다"며 "지금이 증세를 논의할 타이밍이다. 무상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는 것과 동시에 증세를 논의하는 것이 어떠냐"라고 제안했다.
최 부총리는 "복지공약은 공약가계부대로 하고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서 재원을 확보하겠다"며 "그럼에도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국민들의 공감이나 동의를 전제로 증세 문제를 논의하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선 "증세없는 복지는 제 입으로 말한 적이 없다"며 "언론이 해석을 붙이면서 정부 정책의 스탠스를 '증세없는 복지'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법인들의 소득은 증가하고 사내유보금은 늘어나는데 법인세수는 줄어들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을 주장한 것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최 부총리는 "(세법개정은)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어느 한 부분만 먼저 들여다보기 힘들다"며 "재정상황과 복지상황, 세수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논의해야 생산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만 내 책임은 아냐" = 이날 '연말정산 현안보고'에서 정부와 여야는 연말정산 관련 소득세제 법안 통과의 책임에 관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2013년 법안 통과 당시 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정상적으로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원내대표였던 최 부총리는 "야당도 찬성했고 합의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고개숙인 여당, 책임전가 야당…정부는 '네 탓'
특별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을 비롯해 연말정산 법안을 통과시켰던 정부와 야당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당은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이었지만 정부와 야당은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게임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나성린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질의 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연말정산 사태 해결방안에 대해 질의했지만 야당은 사태의 원인은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연말정산 사태의 원인은 야당의 합리적 의견을 무시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오만과 독선 때문"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는 쟁점들은 마지막까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반대했던 것이다. 야당이 연말정산 법안 통과 당시(2013년) 찬성했냐"고 물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의원 입법은) 연말정산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라며 "연말정산 법안은 기재위에서 형식적으로 통과됐다고 알고 있다"고 거들었다.
최 부총리는 "야당도 찬성했다"며 "여야가 심의과정에서 서로 다른 얘기(의견)하다가 합의 처리한 것 아니냐"라고 답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2013년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법안 처리과정을 설명하며 "당시 법사위에서 제가 이 법(연말정산)을 상정 안하고 있다가 새벽 1시에 상정됐다. 정상적이라면 새벽 1시에 상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당시 최 부총리가 여당 원내대표였는데,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예산부수법안을 상정해달라고 했고 당시 의견이 안맞아서 최 부총리가 나에게 심하게 화를 낸 바 있다"며 "강압에 의해서 본회의에 상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당시에는 박 의원이 외촉법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예산부수법안에 대해선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골프장 세금감면 안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골프 활성화 방안을 언급하며 골프장 세율인하가 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김현미 의원의 질의에 대해 최 부총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정부, 골프 활성화 '갈팡질팡'…최경환 "검토 안 한다"
박 대통령이 골프 활성화를 지시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최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골프장 세제지원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현미 의원은 "박 대통령은 골프장 세율 인하 검토를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지난 2013년 기재위에서 무력화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고 최 부총리는 "골프장 세율인하는 현재로서는 저희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전 티타임에서 세간에 알려진 골프 금지령은 사실이 아니라며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현재 골프 라운딩에는 1인당 개별소비세 2만1120원이 부과되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세율이 타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증세와 감세의 정의를 놓고도 최 부총리와 야당 의원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최 부총리는 "증세는 세목 신설과 세율 인상"이라며 연말정산이 꼼수 증세라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고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증세의 개념이 세목 신설과 세율 인상이라면 감세는 세율 인하와 세목 삭제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현안보고 자료를 보면 '연말정산은 4700억원의 소득세 감세 패키지'라고 기술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내가 아니라 현 정부가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며 웃지 못할 답변을 했고 김 의원은 이를 지적하자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