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대통령 지지율 與 '비상'…비박계 '꿈틀'

내년총선 앞두고 여론 민감, 정부정책 '급제동'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비선실세 의혹 이후 연말정산 대란과 지방세 인상 등 서민증세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민심이 급격히 싸늘해지자, 당내 계파 간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그동안 간헐적으로 '쓴소리'를 내뱉던 비박계가 연일 박근혜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 싸늘해지는 민심, '레임덕 지지율' 30%마저 무너진 지지율 =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27일 자료에 따르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6일, 27일 양일간 조사한 결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29.7%를 기록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도 62.6%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선실세 파문을 낳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40%대로 급락하다 지난 해 12월 중순을 기점으로 이마저도 무너졌다.

연말정산 논란까지 겹치면서 보름간 30%대가 지속됐고, 청와대 인사개편이 있던 지난 23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 쇄신 대상에서 제외되자 20%대로 추락했다. 이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이른바 '집토끼'인 50·60대의 이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율 때문에 일할 맛 안 난다"며 "집토끼들이 산토끼가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 산토끼가 된 집토끼…與 '비상등' 켜고 정부정책 '급제동' =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역민심이 진짜 안 좋다. 연말정산 문제가 터지면서 비선실세 의혹까지 더 문제 삼는 분위기"라며 "국민적 비판을 받았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국민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급한대로 소득세법 개정과 소급적용 방침을 내놓은 상태이지만 당은 더 이상 청와대를 무조건 따르는 분위기가 아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여론'을 예의주시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28일) 정부가 발표한 '2015년 주요추진법안'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비과세소득을 과세소득으로 전환하는 세제개편 관련 법안이 다수 포함된 것과 관련해 "국민적 이해나 공감이 전혀 없는 설익은 정책 발표"라고 비판했다. 

29일에는 연 1%대 저금리 수익공유형 주택대출 방침과 관련, 고소득층까지 포함돼 논란이 되자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난해 7월 전대 이후 청와대의 의지가 강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앞장서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정부의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 등을 지적하며 "다시는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각성해야 한다"며 ‘여론 수렴’을 강조했다.

□ '이주영 vs 유승민' 원내대표 경선 주목 = 특히 김 대표는 지난 27일 '새누리당 전국여성지방의원협의회 총회 및 제13차 레드파워 여성포럼'에서 "민주 정치는 소신껏 말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인데 '잘하라'고 몇 마디 한 것을 가지고 대통령을 끌어내려고 발언한다는 이런 소아병적 생각과 사고 때문에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친박계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사진) 역시 이 자리에서 "왕이 잘못하면 간신은 죽으나 사나 '망극하옵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충신은 '통촉하소서, 아니 되옵니다'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내주 2일에 있을 원내대표 경선도 '비박 대 친박' 간 전면전으로 진행이 되면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이 국회 복귀했을 당시만 해도 원내대표가 되는 게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지만 추락하는 지지율에 의원들의 마음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할 말은 하는' 유승민 의원에게 초·재선 소장파와 비박계가 힘을 모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비박계의 제동에 친박계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떨어지는 지지율 탓에 국면전환을 위한 대대적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계 관계자는 "지지율이 너무 빠지니까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고, 이완구 총리 후보자 지명으로 반등되길 기대했는데 많이 미흡했던 거 같다"면서 "청와대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문제가 조만간 해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