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국세청, 재테크, 성공적(?)"
2000년대 중후반, 너도나도 부동산, 주식 투기 광풍에 휩쓸려 부자가 되는 꿈을 꾸던 때가 있었는데요. 서점에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누구라도 조금의 기대감은 가지고 있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열기가 뜨겁던 재테크 열풍은 그 뜨겁던 기세를 잃고 말았습니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시대. 도무지 수익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이 시대에 우리의 국세공무원들은 어디서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을까요?
세법 등 경제지식으로 무장하고 각종 경제계 소식을 접하기 쉬운 국세공무원들은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에서 무사할 수 있었을까요. 항상 돈이 돌아가는 현장에서 일하는 그들이니만큼 일반 국민들보다는 경제에 밝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질수도 있는데요.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진솔한 재테크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아뿔싸'…과장님이 전해준 '폭락의 추억'
어느덧 명예퇴직이 2년 앞으로 다가온 A세무서 모 과장은 희끗해진 머리와 얼굴의 주름을 바라보며 30여년 국세공무원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다독이다가도 지난 IMF 외환위기만 떠올리면 아직도 모골이 송연해지곤 합니다.
모 과장은 8, 90년대 한국 주식시장 붐을 몸소 체험한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지난 1972년 제정된 '기업공개 촉진법'에 따라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의 상장을 의무화해 상장 러쉬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어 사상 초유의 고성장시대에 힘입어 80년대에 들어서서는 일반 국민들도 주식투자를 하는 주식대중화 시대를 맞게 되는데요.
모 과장은 이 시절부터 주식투자에 눈을 떠 10여년간 투자를 해오며 스스로 주식투자 전문가인듯한 착각에 빠졌다고 합니다. 수익률도 나름 괜찮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어느날 뉴스에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무너지고, 환율이 폭등한다는 뉴스를 접한 모 과장은 어리둥절해졌습니다. 이때는 이미 모 과장이 투자한 주식은 상장폐지되었거나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고 하네요.
그후 주식에는 손도 안대고 열심히 일만 하게 된 모 과장은 이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고 합니다.
□ "안쓰는게 버는 것"…염전 방불케하는 짠돌이 전략
국세청에 들어온지 5년차가 되어가는 B세무서 모 조사관의 재테크 전략은 바로 '자린고비'입니다.
주변 동료들은 모 조사관 근처만 가도 서해안 짠내가 풀풀 난다며 그의 고향 지명을 딴 '신안 염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합니다.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 집에 갈때마다 사무실 커피믹스 2~3개씩 슬쩍 챙겨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동료들은 실소를 머금습니다.
하지만 대학시절부터 각종 아르바이트와 막노동을 하고 절약하는 생활을 이어온 모 조사관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미 결혼할 집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결혼할 준비도 끝냈으니 함께할 여성분만 있으면 되겠지만 만나는 여자들에게도 철저히 돈을 아끼는 바람에 결국엔 다들 도망가버렸다고 하는데요. 모 조사관은 지난 크리스마스도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혼자 쓸쓸히 보내야만 했다고 합니다.
□ "여보, 그만해요"…ELW의 '무덤'
만기 이전에 특정 주식을 일정 가격에 팔거나 살 수 있는 상품인 ELW(Equity Linked Warrent·주식워런트증권).
10000원짜리 A사의 주식을 1년 후에 주가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10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1000원을 주고 부여받는 방식의 상품입니다. A사주식이 15000원이 될 경우 5000원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이죠.
2000년대 중반부터 수년간 유행해온 ELW는 초단타 매매자인 스캘퍼 등으로 개미 투자자들에게 쓴맛을 안겨준 상품이기도 한데요.
C세무서 모 팀장도 그 쓴맛을 본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2008년 모 팀장은 ELW에 빠져들게 되는데요. 부인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부은 적금을 깨 ELW에 '몰빵'을 하게 됩니다.
기본적인 원리만으로 클릭 몇번만에 하루에 몇백만원씩 사고팔며 일희일비하곤 했는데요.
밤에 잠도 안자고 클릭을 하며 충혈된 눈으로 출퇴근하기를 수개월. 어느새 모 팀장은 초기 원금의 2~3배 정도가 되는 돈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욕심이 지나쳤던 모 팀장은 스스로 세워두었던 원칙마저 무너뜨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 후 수개월만에 깡통을 차게 되었습니다.
적금을 깨 마련했던 원금을 모두 날리고, 마지막이라며 빚을 지려던 순간 무거운 공기를 머금은 아내의 한마디가 그를 막아섰습니다.
"여보, 그만해요"
아이들 학비마저 부족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했다던 모 팀장. 이제는 스스로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투자라며 열심히 운동과 독서에 매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