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는 개별 세법에 따라 정해진 법정신고기한까지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가산세를 부담하게 된다. 납세자는 신고기한을 넘겨 뒤늦게라도 신고서를 제출하고 미납된 세액을 납부할 수 있다. 이를 기한후신고라 한다.
그런데 납세자가 기한후신고를 한 뒤 납세의무에 대해 다투기를 원하는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을지 논란이 있었다.
최근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기한 후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과세표준과 세액이 자진납부한 금액과 동일하므로 별도로 고지할 세액이 없다’는 내용의 신고시인결정 통지를 했다면 그 통지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3 제3항이 정한 과세관청의 결정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은 납세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법정신고기한까지 신고하면 납세의무가 확정되는 신고납세방식의 세금이다. 따라서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 납부한 세액이 정당한 경우 과세관청은 별도의 결정(과세처분)을 하지 않는다.
만약 납세자 자신이 신고 납부한 세액의 적정성 여부를 다투려면 법정신고기한 후 3년 이내에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에 따라 경정청구를 한 뒤 과세관청의 거부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경정청구는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 내에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납세자가 기한을 경과한 후 신고를 하는 경우 경정청구를 할 수 없다. 결국 납세자의 입장에서 기한 후 신고는 미납한 세액을 자진해서 납부함으로써 무신고가산세를 감면 받고, 추후 발생할 미납부가산세의 부담을 더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대법원은 기한후신고와 관련해 그동안 “신고납세방식의 조세라 하더라도 법정신고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여 그 기한이 경과된 경우에는 부과납세방식의 조세로 변경되며，기한후신고는 납세의무를 확정시키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해왔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다66271 판결)
부과납세방식의 조세는 국가가 납부할 세액을 고지해야 납세의무가 확정된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3 제3항도 같은 취지에서 ‘기한후신고서를 제출한 경우 관할 세무서장은 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세무서장은 기한 후신고와 동시에 미납세액이 자진납부 되었더라도 정당세액을 기재한 납세고지서를 발부해야 한다.
그러나 실무상 법조문과 달리 과세관청의 결정(과세처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세관청으로서는 미납세액이 자진납부 되었으므로 추가로 고지서를 발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납세자로서는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과세처분이 없고 경정청구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런 불복수단이 없게 된다.
이에 납세자는 부득이 기한후신고 당시 세무서장으로부터 받은 신고시인통지서를 불복대상으로 삼아 취소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신고시인통지서는 외형상 납세고지서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고 그 내용도 자진납부한 세액이 정당하므로 더 이상 고지할 세액이 없다는 통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신고시인통지서를 단순한 사실행위로 본다면 납세자가 세액의 위법사유를 다툴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하였다. 법조문과 과세실무의 괴리로 발생한 납세자의 부득이한 사정을 헤아린 판결인 셈이다. 대법원 2014.10.27.선고 2013두6633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