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에 대한 갈망

마태목장이라고요? 소는 몇 마리 키우시나요? 돼지도 키우나요?

처음 마태목장을 시작할 당시 가까운 세상 지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북한산 계곡에 있는 어느 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별장에 목장식구들이 함께 등산을 겸한 야영을 하게 되었다.

좋은 장소와 맛있는 식사를 차려 준 별장 관리인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마태목장 일동’이라고 쓴 사례금 봉투를 전달했다.

관리인은 ‘목장 일동’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서 자기도 예전에는 소와 돼지를 키우는 목장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매우 반기는 모습에 현장에 있었던 마태목장 식구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마태목장이라는 가정교회 형태의 소그룹 모임을 결성하게 된 나름대로의 신앙철학이 있었다. 1964년 세례를 받은 후 교회에서 크고 작은 직분으로 교회 일에 관여해 오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소그룹 모임에 대한 생각이다. 짧고 모자라는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교인이라면 당연히 예배와 모임에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주일이면 예배 후 제직회 모임을 비롯해 관련 모임들이 늘 있어왔다.

월요일 직장에 나가야 하는 나는 어떻게 된 형편인지 주일이 더 피곤할 때가 있다. 무엇보다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복잡한 일들을 신경 쓰면서 해나가다 보니 영적 상태가 매우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1998년 12월, 당시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장로로 직분을 받게 되어 더욱 열심히 교회를 섬기려고 하였으나 그에 못지않게 직장에서도 많은 업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주일날 교회 예배와는 달리 구역모임과 남전도회 모임, 그 외의 잡다한 모임에는 자연히 소홀해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할 때도 많았다. 교회 에 대한 불평도 늘게 되고 각종 모임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가끔 담임목사에게도 이러한 비효율적인 모임을 생산적이고 감동적인 모임으로 바꾸어 보았으면, 하고 건의도 한 적이 있었다. 예를 들면 전도회 모임과 구역 모임 등은 통합해서 가정에서 운영하는 소그룹 평신도 모임 등이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2002년경 담임목사께서 미국 휴스턴에 있는 휴스턴서울교회(담임목사 최영기)의 가정교회 프로그램을 살펴보시고 불신자들이 쉽게 교회에 접근할 수 있겠다는 의견과 함께 한영교회에서도 적극 도입했으면 한다고 하셨다.

이것은 평신도 가정에서 불신자와 신자들이 함께 주중에 예배드리고 함께 식사하며 교제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복음이 접해지고 전도가 되는 프로그램으로 기존 교인들은 교회에 안주해 있지 말고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보다 적극적인 전도형태라고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힘을 모아 부부 모임 형태로 하는 것이 효율성 있는 전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몇 개월의 진지한 논의를 거쳐 드디어 2003년 4월 4일 가정교회가 문을 열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다니던 교회와 내가 살고 있는 서초구 방배동 집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나와 함께 동역하기를 원하는 성도들이 아무도 없었다. 가정교회를 한번 열고는 싶었지만 함께 할 동료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개척교회 형태로 문을 열어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사람을 모으는 전단지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지냈는데, 갑자기 이런 전단지를 들이대면 누가 쉽게 마음을 열겠는가. 그리고 아직은 의욕만 앞섰지, 사람을 모은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이 전혀 없었다.

‘그래. 너무 의욕만 앞서서 일을 크게 벌이면 오히려 낭패겠다. 그러니 내가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곳부터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내가 관리하고 있는 직원들의 신상 기록을 보면서 종교가 없는 사람들 위주로 열 명을 선정했다. 당시 나는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납세지원국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상사의 권위(?)를 최대한 이용해 미리 선정한 열 명의 직원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이번 목요일 저녁에 시간들이 좀 어떤가? 우리 집으로 식사 초대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괜찮으면 집으로 올 수 있겠나.”

직원들은 처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중에 우리 집으로 초대한 내 의도를 모두 밝히고 나서 당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를 물어보니, 국장이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데 누가 마다하겠느냐고 말했다.

나와 아내는 직원들을 초대해 놓고 매일 밤 기도를 드렸다.

“주님, 저희 기도가 아직 당신을 믿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게 해 주십시오. 또 저의 헛된 욕심으로 인해 그들의 마음에 벽이 생기지 않게 해 주십시오. 우리의 오랜 노력으로 그들의 마음이 서서히, 아주 천천히 열리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먼 훗날 우리의 오랜 만남과 기도가 이 땅에 작은 하나님의 천국이 생기도록 해 주십시오.”

2003년 4월 4일 드디어 결전의 첫날이 밝아왔다.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집으로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퇴근하자마자 아내와 함께 직원들이 먹을 음식이며 다과를 손수 준비했다.

저녁이 되자 약속했던 직원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그렇게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직원들 손에는 술과 과일 등이 들려 있었다.

넓지 않은 거실에 십여 명의 직원들이 둘러앉았다. 나와 아내를 제외하고 교회에 출석하던 교인은 당시 MBC 문화방송 경제부에 근무하던 허무호 기자(현재는 방콕특파원) 한 명뿐이었다.

나와 아내는 미리 준비한 음식을 내왔다. 식사 준비를 모두 마치고 식사 감사기도를 드리겠다고 하자 다행히 모두들 순순히 따라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미리 준비한 건전가요를 부르며 한껏 흥을 돋우었다. 기타반주는 그 당시 국세청신우회 김진호 형제가 맡았다. 노래가 끝나고 직원들에게 고민거리나 상의할 것이 있으면 주저 말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했다.

“내 그동안 업무에 바빠 자네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 현재 계획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돌볼 겨를이 없었네.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다들 자녀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은가 본데, 나 역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자네들이 가진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네. 그래서 말인데, 자네들만 괜찮다면 매주 한 번씩 이런 자리를 만들어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녀들을 위한 기도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 어떨까 하네.”

내 제안에 다들 적극 동의해 주었다. 그리하여 다음 주에도 오늘과 같은 모임을 갖기로 하였다. 그때 그중 한 직원은, “이 모임에서만큼은 사무실이야기 하지 않깁니다”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모처럼 집안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런데 다음에 올 때는 혼자 오지 말고 아내와 함께 오기로 결의하였다.

직원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후, 나와 아내는 뒷정리를 하며 개척교회 목사님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그들을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하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지만, ‘저들이 과연 매주 나올 것인가?’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떠올리며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 붙들고 매주 기도하는 심정이 되었다.

그래서 초청된 형제들을 한 식구같이 연령순으로 형님 동생으로 호칭하고, 아내들에게는 ‘OO엄마’가 아닌 자기 원래 이름을 부르기로 아내와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