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銀 통합 속도 내나…이사회 합병 결의
김종준 하나은행장, 백의종군 약속 지켜
우리나라 은행들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업황이 좋지 않다고 앓는 소리를 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이기도 했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지난해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 통합 추진으로 갈등을 벌이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이사회를 열어 합병계획을 체결했고,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당초 밝힌대로 사의를 표명했다.
□ 신한금융 등 은행권 3분기 '호실적' 이어가= 신한금융과 KB금융그룹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보다 개선된 성적표를 내놨다.
신한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1조7689억원을 기록해 연간 2조원 순익 클럽에 성큼 다가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4%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1조9028억원의 순익을 올려 아쉽게 2조원 클럽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3분기 연속 5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어 올해에는 2조원 클럽에 무난히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KB사태로 회장과 은행장이 동반 퇴진하는 등 내부 혼란에도 불구하고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KB금융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지난해보다 22%가 증가한 1조2214억원을 기록했다.
일회성 손실 요인이 소멸되고 건전성이 개선되면서 충당금이 감소해 순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금융도 민영화 관련 법인세 6000여억원이 환급되면서 당기순익이 크게 늘었다.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 1조377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237.7%나 급증한 수치다.
IBK기업은행은 2분기에 어닝서프라즈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기업은행은 IBK투자증권과 IBK캐피탈 등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3분기 누적 85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4.5%가 증가했다. 그러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해 건전성은 다소 악화됐다.
농협금융도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7030억원(명칭사용료 제외)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42.58%가 증가한 수치다. 농협금융의 선전은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부문의 선전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은행들이 3분기 실적에 쾌재를 불렀지만 하나금융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하면서 노사 간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하나금융은 지난해보다 안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나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익으로 9049억원을 올렸다. 누적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지만 3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17.7%(635억원)나 줄어든 29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조기통합의 주체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모두 실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3분기 순익으로 지난해보다 595억원이 줄어든 2037억원을 기록했고 외환은행도 485억원이 감소한 1315억원을 나타냈다.
□ 하나·외환은행 통합 속도내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통합 논의로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 29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통합을 결의했다.
두 은행의 존속법인은 ㈜한국외환은행으로 결정하고 합병비율은 하나은행 보통주 1주당 외환은행 보통주 약2.97주로 정했다.
통합은행명은 합병계약서에 따라 설립되는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또 통합을 포함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한 외환은행 노조와 성실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한 것은 하나금융이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의지가 전혀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한편 이날 하나은행 이사회에서 김종준 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해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은행장은 지난 8월 30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