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3조원대 위장수출 및 재산도피 사건개요도(자료제공 : 서울본부세관)
서울본부세관(세관장 : 정재열)은 매출액 1조2000억원대의 '무늬만' 벤처기업 모뉴엘의 경영진을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재산국외도피)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범죄에 가담한 관련자 13명을 불구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31일 서울세관에 따르면 모뉴엘은 상품가치 없는 홈씨어터PC 케이스의 수출 가격을 부풀리거나, 실물 이동 없이 자체 조작한 허위 해외매출 운송서류를 이용해 지난 2009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3330회에 걸쳐 홈씨어터 PC 120만대를 3조2000억원 상당의 정상제품으로 꾸며 허위로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모뉴엘 그룹 회장 박홍식(남, 52세)을 비롯, 부사장 신 모씨(남, 49세), 재무이사 강 모씨(남, 42세) 등 3명은 446억원을 해외로 빼돌려 국외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뉴엘은 1대당 8000원~2만원으로 조사된 HTPC를 120배인 미화 2350달러(한화 250만원 상당)로 반복허위수출(판매)하고 은행에 허위수출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 대출만기(150~180일)가 도래하면 다시 위장수출입을 반복해 대출을 상환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업적으로 거래되지도 않는 HTPC 4만여대를 마련하고, 이를 박스로 포장해 창고에 쌓아두는 등 가동 중인 공장으로 위장했으며, 국내에서는 하청 조립공장에 신형 부품을 갖춘 전시용 제품 30여대를 별도로 준비해 실제 거래되는 제품인 것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서울세관은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기업 잘만테크를 통해서도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76회에 걸쳐 미화 8800만 달러를 위장수출하게 한 사실도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번 범죄가 장기간에 걸쳐 적발되지 아니하고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허위수출의 76%를 해외에서 발생시켰기 때문에 관계 당국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콩에 위장조립공장을 만들어 회계감사 및 은행의 실사에 대비했으며, 과도한 커미션(1.5%~10%)을 지급하는 방법을 통해 대외 신뢰도가 높은 해외 대기업과 거래했기 때문에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금융기관의 외형적 실적에 의한 여신한도 부여, 수출채권 관련서류의 세밀한 검토 미흡 등도 원인이 됐다.
관세청은 "만약 이번 범죄가 적발되지 않았다면 초대형 금융사고가 예견된 사건이었다"며 "유사범죄를 사전에 적발하기 위해 수출입과 외환거래 실적 차이, 수출입가격 조작 가능성 여부를 정밀 분석하는 등 면밀한 모니터링 및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관계기관과의 협조체제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2부는 무역보험공사가 진정한 박홍식 회장의 사기대출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 박 회장의 혐의는 앞으로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보험공사는 모뉴엘의 은행권 대출 3265억원을 보증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피해를 입은 은행들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믿고 대출을 실행했다며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PC와 TV, 아이디어 생활가전 등을 제조하며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 강소기업으로 주목 받았던 모뉴엘은 2007년 국제 가전박람회 행사인 CES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혁신의 대표 사례로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업계와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