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국민들이 매일 언제나 공평하게 3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사실일까?
최근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은 사라지고 단통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긍정적인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주 통신사들은 거의 실효성도 없는 가입비 폐지나 일부 극히 제한된 모델에 대한 보조금 인상, 손에 꼽을 정도의 모델에 대한 출고가 인하 조정을 발표했다.
또한 기존에 주었던 혜택을 단통법 시행으로 폐지했다 모양만 바꿔 출시한 요금제를 통해 일정기간(6개월) 동일 요금제를 유지할 경우 할인 반환금을 면제하거나 매월 할인해 주던 요금만큼 깎아 기본요금화 한 정도이다.
일부 매체들은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최신 모델들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쥐꼬리만큼 밖에 지급하지 않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된 현재는 보조금 한도액인 30만원을 다 지급하기 때문에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얼리어답터들을 대상으로 극소수 특정한 날의 특정시간 대에 기습적으로 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혜택을 본 소비자들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모두다 30만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착각’이라며 갤럭시노트4의 경우 보조금 상한인 3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어떤 측면에서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단통법 시행 전 출시와 동시에 ‘공짜 폰’, ‘버스 폰’이었던 경우는 지금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공짜 폰과 버스 폰은 그 자체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에서 파생되는 파급효과가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대표적인 최신단말기가 공짜에 풀림으로써 그에 비해 낮은 등급의 기기들이나 구 모델은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공짜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법을 지키는 대리점인 이상 공짜폰을 파는 대리점은 다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단말기 할인 지원금 30만원을 다 받을 수 있다는 갤럭시노트4를 보면 주장하는 내용의 허구성을 여실히 알 수 있다.
통신사마다 요금제 명칭은 다르지만 월 11만원 정도를 매월 납부해야 하는 LTE10 요금제에 가입하면 SK텔레콤 22만원, KT 22만6000원, LG유플러스 23만3100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30만원을 다 받을 수 있는 경우는 KT의 완전무한129(월141,000원) 요금제 단 하나 뿐이었다.
또한 구형 모델 중에서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4 이전 모델들이나 최고 보조금 30만원이 책정되어 있어 단통법 시행 이전에 비해 고가요금제에 가입하고도 단말기 값은 더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7일 통신업계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통신 3사 모두 3분기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이는 시장관계자들이 “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영업정지가 겹치면서 과도한 마케팅비를 지출하지 않은 것이 실적호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말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는 정부의 규제가 통신사들의 배를 불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로 단통법이 시행되는 4분기에는 이익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단통법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통신사들에게 돌아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16조4077억원(광고비 제외)의 천문학적인 마케팅비를 지출하고도 2조684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단통법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 및 일부 매체들은 하향 평준화된 보조금을 놓고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전 국민에게 실질적이고 보편적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