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최경환 부총리 취임 100일 입장 표명
"인위적 경기부양,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 가능성 농후"
재정적자 돌파구 '증세' 언급…"소득세·법인세 인상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가 이른바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최경환표 경제정책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내수 부양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재정, 규제완화 정책 등을 망라한 굵직한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이러한 대책들은 단기적 경기 부양에만 목표를 두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세수결손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재정적자 돌파구로 '증세론'이 재차 제기됐다.
23일 경실련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100일에 대한 경실련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는 단기적 경기부양에 집착한 경제정책은 우리 경제를 건전한 성장으로 견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어 "최경환 경제정책의 이러한 인위적인 경기부양 기조는 과거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3가지의 유사성을 그 근거로 꼽았다. 더욱이 정부가 펼친 41조원 규모의 재정지출, 부동산금융규제완화, 금리인하, 대출확대 등도 인위적 경기부양책에 그치고 있다는 것.
경실련은 이에 대해 "경제구조문제의 근본적 해결 없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 상황에서 일본이 취한 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재현될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3대(근로소득·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 패키지 세제에 대해서는 가계소득에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조세형평성도 훼손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실련은 먼저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관련해 "소액주주들의 감면액에 비해 배당을 결정하는 대주주들의 감면액이 지나치게 커서 기업이윤을 민간으로 돌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부자 감세로 이어지면서 경제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근로소득 증대세제 역시 저소득층이 소비성향이 높아 근로소득에 대한 세제혜택이 중소기업 근로자보다는 대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서민층의 가계소득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이러한 역진적인 세제혜택은 조세형평성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실련은 "41조원 이상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양적 완화와 20조원에 이르는 적자 예산안 편성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그 폐해는 전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면서 "지난해보다 세수 부족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정 적자와 세수부족 상태에서 재정확충을 위한 그 어떤 대안도 없는, 오로지 경기 부양만을 위한 양적 완화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정적자 기조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증세'를 거론했다.
경실련은 "박근혜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 실현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세수 부족, 재정적자 상황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국면으로의 진입은 더 이상 이러한 구호를 의미없게 만들었다"면서 "정부는 공평과세 실현과 복지지출 확보를 위한 즉각적인 증세에 나서야 한다. 그 시작은 이명박 정부에 시행한 부자감세를 원상회복하는 차원에서의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기적 경기부양 중심의 경제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단기적 경기부양이 아닌 근본적 구조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실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입법 등을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또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제혜택으로는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영세자영업자 지원 확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금융규제에 대해서 "인위적인 부동산 가격 유지 정책을 위해 LTV·DTI 규제 완화 등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켜 또 다른 부작용과 더 큰 금융위기를 낳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따라서 가계부실이 현실화되기 전에 부동산금융규제를 이전과 같이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성장동력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