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계열사 지원에 사재출연 미이행, 매각 의지 불투명
김기식 의원 "산업은행은 경영진, 지배주주 책임 물어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와 한진, 현대그룹 등 3개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1일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이들 그룹이 지난해 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고 자구계획 이행 성과를 부풀리는 등 이행 실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김기식 의원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이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 '동부제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 MOU'에서 우선매수협상권을 줄 수 있도록 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동부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 2조6569억원 중 이행한 것은 3645억원에 불과했다.
또 동부의 구조조정 계획에는 김준기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 5%와 동부건설 지분 20% 등 총 1000억원의 사재출연이 포함돼 있지만 김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1년 동안 김준기 회장이 주도한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 김 회장의 사재출연도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권을 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경영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면 워크아웃제도가 경영권 유지의 도구로 이용될 뿐"이라며 "산업은행은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책임을 엄격하기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은 구조조정 상황에 있으면서 다른 부실계열사에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유상증자로 4000억원을 출자했다.
재무상황이 양호하더라도 부실계열사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는 이사들의 배임 또는 상법상 신용공여 위반 소지가 있는데, 자구계획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이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그룹은 자구계획 이행성과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에 더해 현대증권 매각 의지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다.
현대그룹 자구계획 이행 현황을 보면 LNG선 사업부문 매각 대금 9668억원은 LNG사업부문을 인수한 현대엘엔지 지분 인수에 1000억원이 들어 실제 현금유입은 8668억원이고,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대금 3220억원도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이지스일호 지분 인수에 1000억원이 들어 2220억원의 현금유입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자구계획 이행 성과를 산정한 것이다.
현대증권 매각과 관련해서도 현대유엔아이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부실계열사 지원을 통해 출자관계를 강화한 점이나 현대엘앤알의 사모사채를 전액 인수한 점 등이 현대증권 매각 계획 실천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계열사끼리 유상증자를 하는 등 계열사한데 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돌려막기일 뿐 자구계획이라고 볼 수 없다. 산업은행이 이런 식의 구조조정 계획을 승인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재벌그룹 금융 계열사가 그룹의 사금고 역할을 하는 데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현대증권이 매각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한 상태에서 부실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사모사채를 인수한 것은 총수 일가가 현대증권만큼은 매각할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