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블랙홀…野-최경환 '감정대립' 최고조

기재부 세수귀착효과 분석, 야당 집단 반발
최경환 태도 '구설'…이틀째 박영선과 '충돌'

이틀째 진행된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경제정책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 부실감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은 첫째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부자증세·서민감세'에 대한 기재부의 발표가 국감장을 집어삼키면서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야당은 기재부에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라고 따졌고 최 부총리는 이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감장은 감정싸움의 장이 돼 버렸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기재부(조세정책)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담뱃값 인상과 세수부족,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와 관련한 감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야당은 '부자증세'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문제가 된 것은 기재부가 2008년 세법개정안의 세수효과로 88조7000억원의 세수가 줄었다고 전망했고 이후 5년 간 세법개정으로 총 63조3000억원의 증세가 일어났으며 세수귀착효과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15조원의 증세가,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은 42조원의 감세가 발생했다는 발표였다.

야당은 기재부가 발표한 '부자증세·서민감세'의 근거가 무엇이냐며 제대로 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최 부총리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타당한 근거에 의해 추계했다고 맞섰다.

이런 논란에 이날 감사는 툭하면 의사진행발언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부자감세" vs "부자증세"…양보 없는 '신경전'

야당과 최 부총리의 양보없는 신경전에 기재위의 분위기는 하루 종일 험악함 그 자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최 부총리가 "부자증세·서민감세가 맞다"고 발언한 것을 '허위답변'이라고 규정하고 "계산시점에 트릭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매년 세수효과를 추계하는 동일한 방식을 사용했다. 2009년도의 세법개정안의 효과를 다 발라내서 추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 전에 쓰지 않는 방식을 별도로 썼다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세제효과 추계는 정말 복잡하다"고 반박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것은 전망치 아니냐. 지난 5년간 세수실적에 바탕한 자료가 없는 것 아니냐. 세법개정 시 매년 세법개정과 세수효과를 추정한 전망치 아니냐"라고 따졌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실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라고 말하다가 박 의원의 질타가 계속되자 "실적치를 베이스로 한…"이라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말장난 하지말라. 무슨 베이스?"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도 "대한민국 통계실적 중 실적치를 베이스로 한 추정치가 있냐. 기재부 장관이 그걸로 국민을 속이는게 많이 되느냐"라며 "기업이 더 부담하고 서민 세부담이 감소했다는 것은 언론플레이다. 이건 보통 위증이 아니다. 이럴거면 누가 경제를 못하겠냐. 이건 완전 사기극"이라고 질타했다.

최 부총리는 "기재부가 보고하는 자료는 다양한 기법으로 분석한다. 그것이 모두 거짓이라고 보면 안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야,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질타'

이날 국감에선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불거졌다.

기재부는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통해 근로자 임금을 상승하면 기업에 세금혜택을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을 늘리면 대주주에게 혜택을 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은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지분율이 높은 친족이나 계열사, 외국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고 근로소득 증대세제에 대해선 "소득이 높은 쪽이 혜택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박맹우 의원은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해 "기업은 투자 이유가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현금보유비율은 매우 적은 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해외투자가 확대돼야 하는데 환류세제가 국내투자에 한정하는 것도 폐쇄적인 시각"이라고 문제 삼았다.

최 부총리는 "환류세제 도입 배경은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많이 쌓아서 이걸 소비하도록 촉진하자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있는 것은 빼고 당기순이익에 적용할 것이다. 기업하는 분들이 돈을 쌓아놓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도 기업가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답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대해선 "일반 국민들에게 세금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없다고 했는데, 국민연금의 기금 중 80%가 주식투자"라며 "국민연금 수혜자는 전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에 대해 최 부총리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지난 3년간 평균임금 인상률을 상회할 경우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임금인상률이 노동생산성을 밑돌고 있는데 이는 임금인상을 유도한(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차례 경고받은 '최경환', 野와 '감정대립'

최 부총리는 감사에 응하는 태도와 관련, 전날과 이날 열린 국감에서 수차례 위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의원들이 질의하는 동안 실소를 하는 등의 웃음을 보이거나 의원들이 질의하는 중간에 끼여들어 답변을 하는 등의 태도로 구설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최근 뉴욕에 가서 한국경제가 괜찮다고 투자하라고 해놓고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2%로 낮췄다. 금리인하는 우리 경제가 나쁘다는 신호 아니냐"라고 따졌다.

최 부총리는 황당하다는 듯 "그러면 외국에다가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말라고 하냐"고 되물은 뒤 "답변할 시간을 달라. 이 많은 걸 어떻게 한 번에 대답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기다려라. 그렇게 조급해서 어떻게 경제정책을 펴느냐. 여유있게 대답하라"고 대응했고 최 부총리는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니까 그렇다. 여유를 가질만한 질문을 해달라. 물었으면 답변을 하게 해달라"고 발언, 물러서지 않았다.

박 의원이 환율 전망에 대해 묻자 최 부총리는 "제가 그런 것을 예측할 정도로 신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고 박 의원의 감정선을 건드리기도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최 부총리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질의가 끝난 뒤 답변을 할 것을 요구했다.

최 부총리는 "저도 국회의원을 10년 동안 해서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며 "일방적으로 답변할 기회도 안 주기 때문에 단답형으로 물어주시면 답변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답변해 다시 한번 야당과 의견충돌을 하는 등 험난한 감사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