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수 기재위원장 "세법 3대 패키지법안 문제 있다"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기업 간 양극화 벌리고 자율성 침해"
"담뱃세·주민세 인상, 결과적으로 세수에 보탬"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은 '서민증세'논란이 되고 있는 담뱃세, 주민세 등 지방세 인상안에 대해 "(정부는) 현실화라고 표현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수에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6일 조세일보(www.joseilbo.co.kr)와 가진 'CEO 대담'에서 세수확보 방안에 대해 "경기활성화로 세수를 확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번에 지방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세수에 보탬이 되는 방향이 됐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복지수요에 따른 증세논의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에 복지예산이 커졌지만 그게 거의 의무지출이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복지혜택을 국민들이 원하는데 그에 맞게끔 증세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세금을 엄청 내면서 복지를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의 3분의 1정도 세금내면서 유럽식 복지를 원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필요한 증세는 국민공감대가 형성을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이번에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에 대해 '기업 자율성 침해', '기업 간 양극화'등의 지적을 내놓았다. 

정 위원장은 "정책배경이나 총론은 이해하지만 경제 전문가로서 과연 이게 맞는 방법인지는 의문이 든다"며 사내유보금 과세인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해 "기업 자율성 침해"라고 단언했다. 그는 "유보금이 초과되는 것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것인데, 적정 유보 금액을 어떻게 책정할지도 문제고 글로벌 환경에서 언제 뭐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잘못되면 부도"라고 지적했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에 대해서도 "지금 안 그래도 노조가 임금인상을 외치는 상황에서 임금인상으로 세금혜택을 준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며 "줄 수 있는 여력 있는 기업과 못 올려주는 기업의 양극화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관련해서도 "이건희씨 등이 배당소득을 많이 받게 되는데, 지금도 배당금으로 욕먹지 않나"라며 "배당의 정도는 기업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시장개입으로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대담 : 황춘섭 대표이사, 정리 : 박지숙, 류성철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된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총력체제가 구축됐다. 위원장께서는 현재 상황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제 활성화의 첫 번째가 투자환경을 잘 조성하는 것이다. 투자가 안 되니까 일자리가 안생기고 그러니 돈이 안돌고 악순환이 된다. 지금 국내 내수시장에 기업투자가 잘 안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임금, 노사관계의 경직성, 규제 문제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는 거다. 지역 CEO들 만나보면 중국 등이 우리보다 인건비가 싸고, 생산성은 두 배라고 한다. 대통령이 규제완화 이야기해도 이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외국인 투자환경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내수시장을 살린다는데 돈이 있어야 가처분 소득 올라간다. 그렇다고 임금을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임금 올라가는 만큼 생산성이 뒷받침이 되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 아닌가. 임금이 못 오르면 결국 비용을 줄여야 한다. 검소한 소비 등 마인드 유도정책도 나와야 한다. 말로만 ‘지갑 푸세요’라고 할 수 없다.

우선,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내수와 수출,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모든 위기 상황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하는데 경제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기재위원장으로서 상임위에서 정부정책 및 법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 후 신속하게 처리하고 협조할 것이다.

Q.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오는 7일부터 국감 일정이 급하게 잡혀 졸속국감 우려가 나오고 있다. 8년 연속 국정감사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된 의원으로서, 위원장께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국정감사의 방향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300명 국회의원 중 다수의 의원들은 내공이 강하다. 국감이 급히 되어있어도 평소 때 준비를 다한다. 실력 있는 의원들은 부실국감 통하지 않는다. 특히 기재위의 경우, 국가경제의 중장기 측면과 단기적 측면에서의 균형 감각을 잡아줘야 한다. 의원들이 전문성이 있어서 날카롭게 지적해주리라 믿는다. 문제는 의원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도 집행하는 부처가 어느 정도 의견을 수렴하느냐다. 그게 국감의 생산성과 연결되는 것이다. 오른쪽으로 결정했어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맞으면 방향을 선회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한 쪽만 고집하는 것은 곤란하다.

Q.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의 세수부족이 예고된 상황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일각에서는 증세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증세는 경기침체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세수상황에 대한 진단 및 해법, 증세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마이너스 되는 세수를 충당하는 방법은 경기활성화로 돈 벌어 세수 얻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수가 줄면 국가 부채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담뱃세, 주민세 등지방세 인상 문제는 세제 현실화라고 표현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수에 보탬이 될 수밖에 없다.

증세문제는 복지수요에 따라 필요하다면 증세를 해야 하는데 증세의 폭을 경제에 충격을 적게 주는 범위 안에서 지혜롭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과론적으로 담뱃세나 지방세 인상으로 접근하는 것도 그 방법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내년도 예산안에 복지예산이 증가했는데 거의 국정의무지출이 급격히 늘어나서다. 복지혜택을 국민들이 원하는데 그에 맞게끔 증세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유럽은 세금을 엄청 내면서 복지를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에 3분의 1을 세금내면서 복지는 유럽식으로 원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국가부채로 쌓일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필요한 증세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서 논의해야 한다.

Q. 기획재정부가 최근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가계소득 증대세제(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3대 패키지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책을 시행하려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경제전문가로서 과연 이게 맞는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적정 유보 금액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문제고, 글로벌 환경에서 언제 뭐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잘못되면 부도다. 그것을 강제한다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또, 가처분 소득이 적으니 인건비를 높이고 그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안 그래도 노조가 임금인상을 외치는데 임금 높이면 세금혜택을 준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 국민세금을 그런 데 낭비하는 것은 문제다. 또 기업간 양극화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배당소득 환류세제도 그렇다. 이건희씨 등 배당금을 지금도 많이 가져가면 욕먹는데 정부가 더 많이 가져가라면 기업들이 눈치 보게 된다. 배당정도는 기업들이 판단하는 것이고 정부가 강제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게 아니다. 시장개입은 시장 실패를 부른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기업에 자율성을 줘야한다. 규제 완화시키면서 제약하는 것은 맞지 않다.  

Q. 정부는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를 계속 촉구하고 있지만 그동안 국회 파행이 되면서 세법 심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매년 졸속심사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세법 심의,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기획재정위원장으로서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 올해 세법 심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국회가 정상화 되고 정기국회 일정이 확정되면서, 여야의원 모두 일하는 국회,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우리 기재위원님들 모두 서로 협력해 세법 개정안 심의에 임해 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경제활성화, 민생안정, 공평과세, 세제합리화라는 기본방향에서 세법 심의를 해 나간다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릴 것이다.

[Inside Interview – 사람의 '香']

8년 연속 우수국감위원 선정된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

"경제전문가로서 지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경제연구원의 원장으로 경제문제를 아무리 지적해도 실질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결국 정치인, 정부라는 생각에 국회의원에 도전했다는 정희수 기재위원장.

'경제통'답게 어떤 이야기에도 '나라와 국민의 살림살이'로 연결짓는 그는 가장 입법 활동이 활발한 의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는 국회의원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소신에서 비롯된다. 

여당의원이지만 필요하다면 소신 있게 정부에 할 말을 하고 입법을 추진한다는 평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 정책에 대해서도 기업양극화와 기업자율성 침해라는 지적을 해오고 있으며, 은행들의 반발로 18대 때 무산됐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은행법 개정안도 19대에 다시 발의했다. 

17대 국회였던 지난 2005년 4.30 재보궐 선거(경북 영천시)를 통해 의원배지를 달았다. '국회 입성기'는 지난 2007년 발간된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 자세히 나와 있다. 야당시절이던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여대야소인 상황에서 이틀 밤을 새우는 등 강행군을 하며 승리를 거뒀다.

'선거 여왕'의 지원과 함께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소액다수주의를 표방하는 정치개혁안인 일명 '오세훈법'(정치자금에 관한 개정 법률안)을 계기로 국회 입문을 꿈꿨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때 정치개혁이 이뤄졌고 이런 환경이라면 나도 경제전문가로서 내 생각을 정책이나 법안을 통해 국가에 기여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고 회고한 그는 다짐한대로 지난 18대에서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국회 경제정책포럼'의 대표를 맡아 경제이슈들에 대한 폭넓은 공론장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시민단체인 바른 사회 밝은 정치 시민연합이 선정한 우수입법의원이자, 8년 연속 NGO모니터단이 선정한 우수국감위원이다.

그의 입법 활동은 국민안전문제와 공정성 등으로 집약돼 있다. 층간 소음이 사회적 범죄로 이어지는 현실을 반영해 층간소음 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주택법 일부 개정안과 화재 발생 시 체계적 대응이 어려운 건물에 대한 소방안전 관리 보조자를 선임하는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은 그가 "보람 있다"고 손꼽는 법안들이다.

특히, 현재 정무위에 계류 중인 은행법 일부 개정안은 적정 가산금리가 명확치 않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과거 5년간의 가산금리를 평균으로 그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법으로 금융기관의 반대에 부딪쳐 빛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약력]
▲1953년 경북 영천 ▲대구상고　▲성균관대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경제학 석·박사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한국일보 백상경제연구원장　▲대우경제연구소 지방산업경영센터 본부장　▲17·18·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사무총장 대행 ▲국회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 ▲19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