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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일보 특별기획]新국부론 New Tax Korea-1부

⑤조세형평 훼손주범, '지하경제'

  • 보도 : 2014.09.29 06:00
  • 수정 : 2014.09.29 06:00

지하경제 양성화로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겠다던 정부의 자신감이 점점 사그러들고 있다.

정부는 올해 지하경제 양성화로 4조7000억원 가량의 세수를 더 확보할 것을 낙관하며 이를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했지만 여전히 세수 부족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언한 '증세없는 복지'의 근간에는 이른바 지하경제로 새는 세금을 다잡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그 같은 자신감은 1년여 만에 궤도를 잃은 채 슬그머니 뒷주머니에 숨겨둔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초 정부가 지하경제를 주목했던 이유는 숫자만 있고 실체가 없는 지하경제가 바로 조세형평을 훼손하는 주범이라고 보았기 때문.

지하경제는 세원이 노출되지 않은 경제로 학계에서 여러 가지 정설이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4분의1 정도 되는 300조원 전후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지하경제1


숫자만 있고 실체 없는 '지하경제' = 사실 지하경제 규모를 추산해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300조원 전후로 추산하고 있는데 여기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지하경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의 '1999~2010년 주요국 지하경제 추산규모' 보고서다.

슈나이더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은 2010년 기준 GDP의 24.7%로 제도권 경제의 4분의1에 달한다. 이를 2012년 기준으로 추산하면 290~300조원의 규모가 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08년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17.1%로 추정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명목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을 약 23%로 2012년 기준 290조 규모로 추정했다. 또한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경우는 지하경제 규모를 최대 35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지하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원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월급봉투를 받기 전 원천징수를 당하는 직장인들이나 매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업소득자들과 비교했을 때 심각한 조세형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슈나이더 교수는 한국 지하경제의 44.3%가 자영업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22.2%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하경제2

LG경제연구원은 IMF 자료를 토대로 한 2013년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거둘 수 있는 세금의 반도 못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세수 비율은 2012년 기준 19.3%로 28개 선진국가의 평균 35.2%와 저소득국가의 평균 15.9%의 중간에 위치한다.

하지만 해당 국가가 거둘 수 있는 잠재적 최대 세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징수 가능한 최대 세수의 48%만을 실제 세금으로 거둬 선진국 평균 70%, 신흥국 평균 69% 뿐만 아니라 저소득국가 평균 63%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세금 징수 부진의 원인을 높은 지하경제 비중에서 찾았다. 정부의 규제를 피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아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 지하경제의 비중이 높을수록 GDP와 같은 공식적인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징수 가능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5만원의 경제학…지상경제의 지하화? =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만 해도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자신감은 넘쳐 흘렀다.

지난해 5월 공약가계부에서는 2014년에 지하경제 양성화로 5조5000억원(세정강화 4조7000억원+제도개선 8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야심차게 '지하경제 양성화 5개년 실천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금융정보를 활용해 조사를 확대함으로써 총 27조2000억원의 추가재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올해 국세 수입 예상치는 208조원으로 당초 추정치보다 8조5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FIU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세수효과로 향후 5년간 총 11조5000억원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FIU법이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 자료의 전면공개에서 개인정보침해 문제에 따라 부분공개(탈세 혐의가 의심될 경우 자료 공개 요청)로 크게 후퇴하며 당초 세수효과를 내려 잡은 것인데 이마저도 현실의 벽에 단단히 막혀 있다는 관측이다.

지하경제3

현실의 벽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바로 5만원권의 환수율이다.

지난 2009년 첫선을 보인 5만원권의 환수율은 2011년 59.7%에서 2012년 61.7%로 약간 상승했다가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48.6%로 줄어들더니 올해 8월 기준으로 22.7%까지 떨어져 바닥을 기고 있다.

현금을 활용한 거래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록이 남지 않아 조세당국이 세원을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5만원권 환수율의 급격한 하락은 지하경제의 확대 및 탈세 유발의 가능성을 높이는 '빨간불'이 아닐 수 없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5만원권 환수율이 크게 하락한 부분은 매우 우려되는 신호다"며 "과세당국의 감시를 피해 현금으로 수입을 얻거나 재산을 보관하고 부를 이전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물음표 붙은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해법은? = 최근 세계 여러 나라들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지하경제에 대해 징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스페인은 자영업자의 현금거래 한도를 2500유로 이하로 제한했고, 그리스는 2013년부터 자영업자가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아예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또 호주의 현금거래 관리 감독 강화를 위한 성실납세 인센티브 시스템 도입, 프랑스의 의심거래 보고제 등도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재정 악화에 대한 타개책과 복지지출 재원조달을 위한 세수 확보 방안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상당한 방점을 찍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하경제 양성화는 삐뚤어진 조세형평을 바로잡고 증세없는 복지를 실현시켜줄 구세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의 현재까지 성적표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오히려 지하경제의 가속화를 불러오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한국의 세금에 대한 국민부담률은 지난 2011년 25.9%를 기록하며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가장 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50%)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OECD 평균(26%)의 2배 수준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저인망식 지하경제 양성화가 한계점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과도하고 급격한 양성화 노력이 지하경제를 더 확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하경제 양성화의 방향은 조세형평 차원에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로 가야 하는데 소수의 납세자에게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탈세 유인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납세자가 체감하는 상속세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상속세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게 되면 상속재산 거의 절반을 국가에 내게 된다"며 "상속세를 피하려고 과세관청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재산축적, 거래 등을 하려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른 부작용에 우려와 함께 원칙론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은 자영업자의 저소득 서민층, 영세 중소기업의 조세부담을 상대적으로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상충된다는 문제점을 드러낸다"면서도 "올바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예외 없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거래를 정확하게 추적하는 것이 마땅하며, 사회 배려층에 대해서는 별도의 재정지원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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