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대 이슈인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논의 국면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2·17 합의서에 대한 해석을 놓고 서로 다른 전문가 의견이 제시되는가 하면, 직원 징계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키 위해 수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지난 24일 외환은행 노사는 긴급 노사협의회를 열어 직원징계와 관련해 논의를 시작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그간 관행적으로 해오던 종합검사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금융사들의 피감부담을 줄인다고 발표했고, 금융위원회는 자산운용업계의 걸림돌로 평가되던 NCR(영업용순자본비율)규제를 없앤다고 밝혀 주간의 화제가 됐다.
□ 외환銀, 노사협의회 개최…직원 징계 논의 =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린 것처럼 평가되던 외환은행 노사가 모처럼 대화의 장을 마련해 금융권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지난 24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는 긴급 노사협의회가 개최됐다. 이달 초 임시조합원총회에 참석한 직원 898명에게 통보한 징계를 집행하는 문제로 노조와 사측이 만난 것이다.
이 자리는 비록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지만,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 양측이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3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고, 같은 날 직원 징계 문제를 협의하려던 노조 집행부는 경영진의 불참소식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것이 그동안의 국면이다.
노사협의회에서 노조는 직원 징계조치에 대한 전면적인 철회를 요구했고, 사측은 징계의 인원과 양정 등 수위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24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인사위원회를 한주 연장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오는 2017년까지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17 합의서'를 놓고 각종 유권해석이 쏟아지고 있어 사태의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은 2·17 합의서에 서명한 금융위원회는 계약 당사자가 아닌 입회인에 불과해 권리의무를 전혀 규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 즉, '노사정'이 아닌 노사 간의 합의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반면 노동부는 2·17 합의에 대한 노사 당사자의 합의는 유효하며,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 여부에 관계없이 그 취지에 따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이를 둘러싼 해석문제가 길어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 금감원 "종합검사 반으로 줄인다" =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감독체계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혁신안을 내놓았다.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은 '검사 및 제재업무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앞서 금융위원회 등 유관부처와 논의한 금융혁신위원회 회의결과의 후속조치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연간 약 45회 정도 실시되던 종합검사가 연 20회 내외로 대폭 줄어든다.
당국이 금융기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관여하기 보다는, 사소한 일은 금융기관에 맡겨 자체적인 정화작용을 하도록 돕는다는 것.
금감원은 규모가 크고 중대한 사항에 집중하고, 경미하거나 자율시정이 가능한 사항은 금융회사 스스로 개선토록 하며, 특히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위규사항을 유형화해 이를 금융회사에 통보하여 자체 시정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권인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공정한 금융거래질서 유지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검사와 제재업무를 엄정하게 수행하면서, 검사·제재가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종전의 틀을 혁파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 NCR규제, 자산운용업계서 사라진다 =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NCR 규제가 폐지된다.
지난 2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년 4월부터 NCR 규제 대신 최소영업자본액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부실을 막기 위해 영업용 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누는 NCR 규제를 시행해왔다. NCR이 150% 미만이면 경영개선 권고, 120% 미만이면 경영개선 요구 카드를 내미는 식이었다.
다만 NCR은 시장리스크가 있는 증권산업에 적용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 운용리스크가 위주의 자산운용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소영업자본액' 제도가 도입된다. 여기서 최소영업자본액은 법정최저자기자본과 고객자산운용필요자본, 고유자산운용필요자본의 합계로 구성된다.
법정최저자기자본은 개별 자산운용사가 영위중인 전체 인가 단위의 최저자기자본 합계액의 70% 이상이어야 하며, 고객자산운용필요자본은 자산운용사의 펀드 수탁고와 투자일임 수탁고의 일정 비율(0.02%~0.03%)을 적립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유자산운용필요자본은 자산운용사 고유자산을 활용한 증권·파생상품 등 투자금액의 일정비율을(5%~10%) 적립하는 개념이다.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대형사의 경우 여유자본을 해외진출 등에 활용해 적극적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규제 준수 부담이 대폭 완화돼 판관비 등 지출 감소로 수익성이 증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