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환수 국세청장이 내려놓은 '희망사다리'가 단 한방의 인사를 통해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승진을 통해 일선에 희망을 전달한다는, '제 기능'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취임 후 단행한 고위직 인사를 통해 비고시 출신 차장(김봉래 국세청 차장)을 인선하는 인사로 국세청 분위기를 '원샷'에 일신하는 효과를 거둔데 이어 사무관 승진(내정) 인사로 다시 한번 전국 2만 국세청 직원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것이다.
23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사무관 승진인원은 전년대비 23명이 늘어난 227명으로 역대 최대 인원을 기록했다. 이중 일선 세무서에 배정된 인원은 52명으로 총 승진자 중 3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의 40명(27.6%)에 비해 4.4%p 늘어난 수치로, 이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대비 순증한 승진인원 20명(세무직 기준) 중 12명(60%)이 세무서에 배정됐다. 승진적체로 인해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전통적인 '본.지방청 우선주의' 인사관행을 깨드린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또한 이번 승진에서는 3번 역량평가에서 떨어지는 경우 더 이상 승진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삼진 아웃제'의 예외가 적용되기도 했다.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우수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삼진 아웃제에 걸려 승진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선사한 것이다.
거듭 탈락의 쓴맛을 보던 이들에게 마침내 승진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주어졌다.
□ 7전8기 '패자부활전'…뜨거운 눈물 = 사무관 승진자 명단이 공식 발표된 지난 22일 일선 세무서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승진이 확정된 한 직원은 고마운 지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통장을 털어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각 지역별 승진자들은 본청과 지방청에서 주관하는 승진축하행사에 쓸 영상편지를 제작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였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승진자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환호성이 높았던 이들은 역시 승진기회를 다시 움켜쥔 '삼진아웃' 대상자들이었다. 다시는 기회가 없을 줄 알았던 이들에게 실낱같은 기회가 주어졌고, 이들은 이 기회를 잡아냈다.
5번의 승진시도 끝에 드디어 사무관 자리에 올라섰다고 밝힌 한 주무관은 "그동안의 고생은 책으로 써도 1권 분량"이라며 "가족들에게 (승진에서)떨어졌다고 이야기도 못하고, 명절 때도 공부한다며 자리를 피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3번의 승진 시험을 본 뒤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말한 한 주무관은 임 국세청장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거듭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3번의 시험에 떨어진 뒤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임 국세청장이 희망을 줬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가족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집사람도 울고, 어머니도 울고, 아이들도 포옹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면서 "무엇으로도 그 기쁨을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 눈앞에 펼쳐진 승진 사다리…"내년엔 나도?" = 승진이 '남의 일'이라 여겨왔던 일선 직원들은 바로 눈앞에 성공사례가 펼쳐지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승진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한 일선 주무관은 "내년도 승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계장들에게 둘러싸여 질문 공세를 받아 내는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승진절차에 대해 관심 없던 계장들이 수시로 찾아와 어떻게 공부했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캐묻는다는 것. 그는 "이번 승진은 나머지 일선 직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선세무서 직원들은 "이번 승진 인사를 통해 6급 직원 뿐만 아니라 전체 직원에게 '희망'이 감돌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일선 직원은 "그동안 일선에서는 승진을 한다 해도 무늬만 일선 직원이지 본·지방청에서 수년간 근무하다가 잠깐 일선에 나와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본·지방청에 근무한 적이 없는 직원들은 승진을 사실상 포기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승진 인사로 인해 6급 직원들 뿐만 아니라 7급 이하 직원에게도 희망이 생겼다"며 "'나도 될 수 있다'는 분위기로 현재 일선 세무서는 한껏 고무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