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연금학회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 10분 만에 무산

공투본, "새누리당은 사기꾼" 강력 반발…與 "학회안, 정부여당안 아냐" 진땀

공무원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22일 새누리당의 의뢰를 받은 한국연금학회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극렬히 반대하며 저지 투쟁에 나섰다.

연금학회와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를 비롯한 전국 공무원 단체가 결합한 공투본의 강력한 반대시위에 부딪히면서 참석자 입장 20분 만에 무산됐다.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던 토론회는 9시 전부터 공투본 소속 공무원들이 속속 모여들며 장악됐다.

앞서 연금학회가 공개한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2016년 이후 채용하는 공무원에게는 국민연금과 동등한 부담·혜택을 적용하고, 이미 공무원연금을 타고 있는 퇴직자에 대해서도 수령액을 최대 3% 삭감하는 방안이다.

이에 공무원들은 "공적연금 개악"이라며 '공적연금 복원, 공적연금 강화', '공적연금 탄압하는 새누리당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이들은 "우리는 우리 연금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공적 연금을 복원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공무원 개혁 시도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연금학회는 재벌보험사 대리인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패널 토론회에서 토론자를 제대로 구성해야 하다"며 "토론 참석자 중 공무원을 대변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대상자인 공무원을 배제한 채 논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을 인정하면 안 된다. 연금학회 발제 내용을 근거로 새누리당과 정부가 논의한다면 새누리당을 박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토론회를 주최한 김용하 연금학회 회장을 향해 "공무원 연금 재정이 적자라고 이야기하면서 사적연금을 강화하고 있다. 학자적 양심이 있는가"라며 "재벌보험 앞잡이, 김용하는 사라져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회원 천명도 안 되는 학회에 백만 공무원의 미래를 맡기고 이야기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힘차게 투쟁해서 토론회를 무산시키고 공무원을 무시하는 새누리당과 정부를 혼내줘야 한다"고 규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연금학회는 예정시간보다 5분이 지나 입장했고 야유와 고성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토론회를 강행하려 했다. 공투본의 항의와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이후 10분이 지나고 축사가 예정됐던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나서자 더욱 극렬한 비난이 오갔다. 이에 나 부의장은 "공무원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학회안은 새누리당안과 정부안이 아니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자 공투본은 "학회안이 아니면 왜 새누리당이 왔느냐. 솔직하게 말해라. 새누리당은 사기꾼"이라고 반발했다.

나 수석부의장은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충분히 협의하겠다. 또 개혁안을 만들면 국회에서 여야합의를 통해 결정된다"며 "그 과정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그라지지 않는 야유와 고성, 비난에 결국 나 부의장과 참석자들은 토론회 시작 10분 만에 퇴장했다. 이에 공투본은 퇴장하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토론회 참석자들을 향해 "국회의원 세비나 반납하라"고 야유를 멈추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는 새누리당측은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인 이한구 의원과 나 수석부의장, 강석훈 정책위 부의장, 김현숙 원내대변인이었으며, 연금학회측은 김용하 회장과 연금개혁안 발제자인 김원식 건국대 교수 등이다. 토론 패널로는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 김태일 함께하는 시민행동 대표, 송도영 공무원연금공단 GEPS 연구소 소장, 신성환 홍익대 교수,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