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경제활성화, 국세 세입예산 '목줄'을 쥐었다

내년도 국세 세입예산안(이하 세입예산안)이 발표됐다. 정부가 목표치로 설정한 세입예산안 규모는 221조5000억원(일반회계+특별회계).

올해 세입예산안 216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5조원 가량 증가(2.3%)한 수준의 세입예산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매년 5~6%대 증가율을 반영해 세입예산안을 짜던 관행을(?) 스스로 철폐하고 역대 최저치 수준이나 다름없는 증가율을 설정한 것은 그만큼 세입환경이 어렵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정도 수치 또한 낙관적으로 볼 여지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추경을 통한 감액, 고의적인 불용예산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조5000억원의 세수결손(세입예산 210조4000억원, 실적 201조9000억원)을 경험한 바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10조원 규모의 세수결손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목표치 216조5000억원에서 10조를 빼면 206조5000억원이다. 실제 징수액을 토대로 계산하면 실질적인 세입예산 증가액은 15조원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가정을 할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쩌면 '3년 연속 세수결손'은 이미 확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다.

□ 점점 커지는 성장과 세수 사이 '싱크홀' = 한국경제에 이상징후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성장과 세수는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맺는 매개체들이다. 쉽게 말해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고, 경제가 정체되면 세수도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나타나는 현상들은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세수는 제대로 걷히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8년과 2009년 정부는 목표했던 세입예산을 채우지 못했다. 정확히 1998년 2조1000원, 2009년 2조8000억원이 부족했다. 당시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 경제성장률이 각각 -5.7%, 0.3%를 기록하면서 세수부족으로 연결됐다.

지난해에는 2.8%의 경제성장률로 -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3.7%(추정치) 경제성장률 기록을 이야기 하면서 세수는 10조원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성장과 세수 사이의 괴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제침체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명쾌한 설명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성장률과 세수 사이의 '함수관계(경제성장률 1% 증감→세수 2조원 증감)'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신호다.

경제성장률과 세수 사이의 괴리가 커졌다는 것은 전체적인 국가재정운용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작성한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세수전망치는 불과 1년 만에 대폭 수정됐다. 내년, 상황이 또 달라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 221조5000억원, '꿈'의 숫자인가 = 표면적으로 볼 때 정부는 올해 대비 달랑(?) 5조원 가량 증가한 221조5000억원의 세입예산을 편성했다.

세수추계의 핵심 요인 중 하나인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로 잡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반대로 올해 세수결손분(추정치)을 반영한 숫자(-10조원, 206조5000억원)를 대입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있다는 기획재정부가 무슨 배짱으로 이런 숫자를 내놓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세수는 부족하면 욕을 왕창 먹고, 남아도 욕을 먹게 된다. 정부가 세입예산 전망치와 실제 세수입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해 욕을 좀 덜 먹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차피 세수결손 등의 상황에 직면해도 책임지는 고관대작들은 아무도 없다.

매년 27조원씩 임기 5년 동안 135조원의 추가세수를 만들어 복지공약 실현에 쓰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원대한 목표는 단 2년만에 빈껍데가 됐다. 제자리를 멤돌기는 커녕, 성장세가 꺾여버린 세수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을 포함해 비과세·감면 정비 등 욕을 바가지로 먹어가며 추진한 정부의 세수확대 정책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 마저도 없었다면 상황은 더 좋지 않았을 것이다.

내년 세입예산안과 관련해 한가지 간과하지 말하야 할 부분이 있다.

내년 세입예산안 중 1조원 가량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통해 추가로 만들어지는 개별소비세수다. 야당도 여당도 담뱃값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에서 정부의 방침대로 통과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소설'에 가깝다.

인상폭이 조정되더라도 개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무산된다면 1조원의 세수는 허공으로 날아간다. 이래 저래 정부가 목표한 내년 세입예산안은 원안 그대로 달성되기는 이미 글렀다는 것이다.

□ '경제'가 살아난다면? = 다만 정부가 나라빚 증가를 감수하고 시도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 경제가 확 살아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일단 경제성장률을 떠나 경제만 잘 돌아가면 세수는 늘어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07년 5.1%의 경제성장률로 14조2000억원이라는 초유의 '세수대박'을 터뜨린 전력이 있다. 경제만 살아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이야기다.

최경환 경제팀이 다소 무리한다 싶을 정도의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가 '경제활성화'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살아나면 세수 문제는 사라진다.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초과세수가 만들어지면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쌈짓돈으로 쓰면 된다.

최고 권력자도 정부도, 국민도 모두 좋은 상황이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내년에도 모든 정부 정책의 알파와 오메가는 오직 경제활성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