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쥐어짜 낸 정부, '경기부양' 총력전 편다

내년 예산 376조…지출규모 올해 예산比 5.7% ↑
복지예산 9조1000억 증액, 115조5000억 쓴다
나라빚 570조…내년 경제성장률 4% 전망

풀 죽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화끈하게 돈을 푼다.

내년 예산을 올해 예산대비 5.7%(20조2000억원) 늘린 376조원 규모로 편성키로 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나라빚이 늘어나는 등 살림살이가 팍팍해 지더라도 민간에 충분한 돈(예산)을 공급, 축 쳐진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성장세 둔화 우려 등 세계경제 여건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한 점만 놓고 봐도 경제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사활(死活)'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없는 살림에 지출을 늘리다보니 내년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지) 적자 규모도 늘어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 빚 늘어도 재정확장, 목표는 '경제활성화' = 18일 정부가 발표한 2015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 등을 포함한 총수입은 올해 대비 13조4000억원(3.6%) 증가한 382조7000억원, 총지출은 올해 대비 20조2000억원(5.7%) 늘린 376조원으로 잡았다.

당초 계획(12조원 증액)보다 8조원 이상을 늘린 규모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규모의 증액을 단행했다. 특히 과거 통상적 추경지출 규모(+5~6조원)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쉽게 말하면 돈(예산)을 더 풀어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 내년 예산안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재정의 역할을 극대화, 경제활성화를 최우선으로 안전사회 구현, 서민생활 안정 등 나라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수반하는 후폭풍도 감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가 올해 25조5000억원 수준에서 33조6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스스로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나라빚(국가채무)도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1%(527조원)에서 35.7%(570조1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확장적 재정정책이 효험을 발휘, '지출확대→내수활성화→세수증대' 흐름을 이끌어내면 재정건전성 우려를 단기간에 희석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우리 재정의 기초체력을 감안해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지출확대→내수활성화→세수증대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중기 재정건전성 회복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경제, 국민 그리고 '안전' = 내년 예산이 지향하는 목표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경제활성화, 두 번째는 서민생활 안정, 마지막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로 화두로 부각된 안전사회 구축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일자리, SOC 투자 등을 확대하고 창조경제 등 미래성장동력 창출 노력을 지속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설비투자펀드 추가 조성(4조원), 소상공인기금 확대(1.2→2조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박근혜 정부 국정 핵심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일자리 투자에 대한 지원을 올해보다 1조1000억원(올해 예산대비 7.6% ↑) 늘린 14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보건·복지 분야에 대해서는 총지출의 30%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 106조4000억원 대비 8.5%(9조1000억원)을 늘린 115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기초연금 시행, 여성 장애인 출산비 지원 확대(1~3급→1~6급), 시간선택제 일자리 2배 확대, 어린이 A형 간염 예방접종 무료지원 등 사업을 진행한다. 

안전예산도 올해보다 1조6000억원 늘린 14조원 규모로 확대한다. 특히 최근 부각되고 있는 '싱크홀'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인 시설물 안전점검을 실시, 안전투자 펀드(2014~2017년간 5조원 구성) 등을 활용해 보수·보강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병 봉급도 15% 인상, 상병기준 월 13만5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늘린다. 군 내부의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한 탈영 또는 사망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군 장병을 위한 인성교육 확대에도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강도 높은 재정개혁도 추진한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유사·중복사업, 부정수급 등 재정낭비 사례를 근절해 재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부에 따르면 2013년에 이어 올해도 60여개의 신규 재정개혁 과제를 발굴해 향후 5년 동안 6조원 내외의 재정 여력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민·전문가·이해관계자들로부터 수렴된 아이디어를 예산에 반영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 '성장률 4%' 고집, 꺽지 않았다 = 막대한 규모의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수입도 수반되어야 한다. '경제성장'이라는 조력자가 필수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실질성장률)을 4.0% 수준으로 예측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가미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세계경제 회복 추이와 '새 경제팀 경제정책방향'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경제 체질이 개선된다는 근거가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돈을 푼 만큼 경기부양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2%P 낮춘 3.8%로 예상한바 있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대외 경제여건에 민감도가 높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국제기구인 IMF,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B(세계은행) 등에서 세계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 중 OECD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고용·임금 상승 등에 따른 소비 증가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2%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유로지역 및 중국의 성장세 둔화 우려 등 불안요인도 상존하지만, 세계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국내경제도 올해 3.7%, 내년 4.0% 수준의 경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015년 예산안과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23일(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