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상대에 입학하고야 말겠다는 내 의지가 꺾이고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내 미래를 결정지을 운명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여느 날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어느 날 아침, 일찍 배달된 《서울신문》을 펼쳐 들고 꼼꼼히 기사를 읽고 있었다(참고로 당시 서울신문은 정부의 관보지 역할을 담당하는 일간지 신문이었다). 신문을 살피던 중 신문 하단에 게재된 광고 하나가 내 눈길을 강하게 이끌었다.
“사세직(司稅職) 공무원 임용시험공고”
만일 그때 그 광고기사를 보지 못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우연한 사건이 내 삶에 미친 영향은 간단한 말 몇 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이날 내가 본 그 공무원 임용 공고 하나가 내 삶을 완전히 결정지어버린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서울대학교 상대에 가겠다는 꿈을 꺾고 교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때, 이상하게 마음이 가볍고 뭔가 뜨거운 기운으로 가슴이 벅찼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하나님의 예비하심은 이처럼 놀랍고 거대했다.
신문에 난 광고 내용은 다름 아닌 국세청 9급 공무원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시험 과목들이었다. 국어와 영어, 수학을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일반상식’과 ‘상업부기’ 과목을 지정해 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국어와 영어, 수학은 서울대학교를 목표로 공부한 만큼 자신이 있었다. 특히나 ‘상업부기’는 2년간 선택과목으로 공부했으므로 마치 나를 위해 마련해 준 것 같았다.
사실 ‘상업부기’는 내가 원해서 한 공부가 아니었다. 중학교 때 은사였던 김석규 선생님이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로 전근 오셔서 이 과목을 가르치게 되면서 무조건 자신의 수업에 참석하라는 엄명(?)을 받은 것이었다.
먼 훗날 대구제일여자상업고등학교에 교장으로 발령을 받으셔서 그곳에서 정년 퇴임하신 선생님께서 당시 무조건적인 강요로 내가 눈물을 머금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시간을 조금씩 줄여 당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마지못해 공부한 것이 내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1966년 당시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지금보다 더 심각했다. 66년 3월에 문을 연 국세청 개청요원 5백여 명을 뽑는 데 무려 5만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대학 졸업자는 물론이고, 사법시험 공부를 하던 고시생들까지 앞다투어 지원했다.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문자 그대로 당시 상황으로서는 살인적인 경쟁률이었다.
이미 나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을 주신 하나님의 예비하심은 그 어떤 경쟁률로도 나를 꺾지 못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시험에 응시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당시 내 성적은 전체 합격자 중 179등이었는데(나중에 알았지만), 당시 군필자와 원호대상자들에게 가산점을 준 것을 감안하면 전체 5%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이었다고 한다.
합격통지를 받고, 희망 근무지를 적어 내라는 말에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대구서부세무서를 주저 없이 지원했다. 아버지는 혹시 내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면 살 방값을 마련할 길이 없다며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아무것도 걱정되지 않았다.
얼마 후 국세청에서 통보가 왔다. 예상대로 대구서부세무서로 배치 발령이 났다. 아버지와 가족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때 나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늘 내가 흘린 눈물은, 언젠가 내가 하나님께 약속한 대로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다. 나는 오늘 마음껏 울 것이다. 왜냐하면 다시는 슬픔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1966년 6월 20일, 드디어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대구서부세무서로 첫 출근을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꿈이 꺾인 가련한 재수생의 신분이었지만,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하루아침에 국가공무원으로 신분 상승을 한 것이다. 세상 전부를 얻은 것 같았고, 들판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풀잎 하나하나가 모두 새롭게 보였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또 하나의 신분 상승이 생각나서 이 느낌을 나누고 싶다. 즉, 가장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의 삶이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길이 생각났다. 이 길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길이다.
“당신도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에서 영생을 얻은 ‘하나님의 자녀’로 신분이 수직상승합니다.”
당신의 가슴속에 그분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품을 수만 있다면, 당신의 신분은 순식간에 달라질 것이다. 감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신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