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세제정상화 사회적합의 기구 제안
정부가 추석연휴 직후 연이어 국민 여론수렴과정 없이 각종 세금 인상안을 발표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은 절차 문제는 물론 대선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때 "증세를 하더라도 전 국민적 합의를 거치겠다", "증세가 필요할 경우, 국민적 합의기구인 '국민 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여론수렴을 한 뒤 결정하겠다"고 공약하며 '증세 없는 복지'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증세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 등에 대해 기획재정부 역시 '사실상 증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데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세금폭탄'이라는 비판이 일자 여당조차 당황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세수부족과 재정위기 타파를 위해 증세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는 분석이 있는 한편, 소득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내는 간접세를 인상해 증세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與 "공약과 달라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각종 증세안을)갑작스럽게 발표해 당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점이 있다"며 "담뱃세나 주민세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나와서 예상을 했지만 다른 것들(자동차세 등 지방세)은 생각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당내 초재선 의원들은 증세 문제에 대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15일 초재선 의원들 모임인 '아침소리'는 정부의 급작스런 증세 방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증세없는 복지를 하겠다는 대통령 공약과 다른 일이 벌어졌으므로 장관들에게 맡길 게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세가 왜 불가피한지 직접 설득하지 않고는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고 정치 민란으로까지 갈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대통령의 대국민 설득을 촉구했다.
이용섭 "정부, 조세중장기 계획도 없어…증세 여론수렴은 필수"
참여정부 국세청장과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지낸 이용섭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세정책은 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장기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해야한다"고 전제하고 "현 정부는 2017년 임기까지의 조세 중장기 계획을 국민에게 밝혀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조세정책을 담당하는 경제부총리가 조세정책 방향과 국세와 지방세에 대한 체계적인 그림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무런 계획없이 지방세는 안행부, 담뱃값은 복지부가 따로따로 발표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이 많으면 세금을 많이 내고 적으면 적게 내는 조세의 공평성에도 어긋났다"며 "MB정부 때 부자감세로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에게 100조를 깎아줬으니 이번에는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부족한 것을 국민들에게 대중세로 거둬들여야 하는데 그런 과정없이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증세 때 여론수렴을 하는 것은 필수"라며 "담뱃값 인상의 경우 징벌적 세금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원칙없이 증세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野 "부자감세 철회 먼저"… 세제정상화 사회적합의 기구 제안
새정치연합은 급작스런 증세안 발표에 대해 대기업들의 저항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증세'라고 맹비판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MB정부의 부자감세로 왜곡됐던 세제의 정상화를 위한 법인세 등의 논의는 거부하면서 서민에게 세부담을 무차별 폭격하는 증세 정책만 발표하고 있다"며 세제정상화 사회적합의를 위한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국민대타협위원회가 사실상 무력화되자, 야당이 나서서 증세 논의 창구를 역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대통령이 만약 증세를 해야 하면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했다"며 "지금 사실상 증세를 밀어붙일 게 아니라 사회적 협의기구를 만들어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