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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담배가격 인상, 진실은?-(上)

초강력 가격인상 정책, 흡연률 떨어뜨릴 수 있나

  • 보도 : 2014.09.15 10:46
  • 수정 : 2014.09.15 10:46

담뱃값 인상 '흑역사(黑歷史)'…흡연률 낙폭 '미미'
가격인상 후 '반짝효과'만…이후 사실상 원상복구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가격인상에 대한 찬반 논란을 떠나 담뱃값 인상을 통해 정부가 노리고 있는 진짜 '정책목적'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간판으로 내세운 정책목적 자체가 대국민 설득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43.7%에 달하는 19세 이상 성인남성 흡연률을 떨어뜨리는 것을 정책목적으로 설정했다. 흡연률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낮은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는 담배가격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시각.

국민소득 수준의 차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담배가격(2500원)은 미국(6932원)과 일본(6023원), 영국(1만1705원) 등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낮은 가격이 높은 흡연율과 연결되어 있다는 논리 자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정책을 통한 흡연율 관리 정책의 '효용성' 여부다.

□ 가격정책의 한계, '반짝효과'만 있었다? = 정부는 지난 11일 금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담뱃값 인상은 가장 강력한 흡연율 감소 정책이다"라고 밝혔다. 2004년 담뱃값 500원 인상 이후 성인 남성 흡연율과 담배판매량이 각각 12%p, 26% 감소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 금연정책의 상대적 기여도 중 가격정책이 36.5%로 가장 높았다"며 "가격정책과 함께 담배 광고 금지 등 비가격 정책을 강화하면 2020년 국가목표인 남성흡연율 29%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의 내용은 정부의 홍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가격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그닥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 1994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담뱃값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1994년 900원이었던 담뱃값은 1996년 1000원, 1997년 1100원, 2001년 1300원, 2002년 1500원을 거쳐 2005년 2500원으로 인상된 후 2014년 현재까지 동결된 채 유지되어 왔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1998년 67%에서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 45%까지 하락했지만 담뱃값이 2008년 이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47%대로 올라섰다. 

특히 가장 흡연율이 높은 연령대인 30대의 흡연율은 지난 1998년 37.7%에서 담뱃값이 상승한 이후인 2007년 32%로 줄었으나 이후 지속 상승해 2011년에는 36.6%를 기록했다. 지난 13년 동안 4차례의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흡연율이 단 1% 밖에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담배 판매량 또한 담배가격이 2000원이던 2004년의 52억6900만갑에서 가격이 2500원으로 인상된 2005년에는 39억갑으로 약 10억갑 가량 감소했지만 이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9년에는 49억1700만갑이 판매, 사실상 가격인상 전 수준으로 원대복귀했다.

결과적으로 과거의 가격인상 정책은 '반짝' 수준의 효과만 가져왔을 뿐, 별반 소용이 없었다는 설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흡연 또는 금연을 선택하는 절대기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비가격적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한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경제적 여력이 확보, 가격인상 효과를 소멸시키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 일수록 고소득층, 높을 수록 저소득층 흡연률이 높게 형성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이 부분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가격인상폭 자체를 크게(2000원 인상) 가져간 부분, '물가연동제' 개념을 차용해 소득수준과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자동으로 담배가격이 인상되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초기단계에서 흡연자들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감을 극대화해 정책효과를 단기간에 끌어내고 지속적인 가격인상이 이루어지도록 해 소득수준 상승이 가격인상 효과를 상쇄시키지 않도록 단단한 '잠금장치'를 걸어 놓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정도 가격인상으로는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금연정책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가격인상 후 담배소비량 감소 추정치(가격탄력도 0.425 적용, 34% 수준 감소)는 말 그대로 추정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보고서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률을 떨어뜨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전제하며 적정 담뱃값 수준으로 6000원 가량을 제시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심스모크(SimSmoke)' 모델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 흡연율 3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지역 금연구역 지정, 담배 광고판촉후원 완전 금지, 적극적 금연상담 전화서비스와 무료 니코틴 대체요법 지원 등 광범위한 비가격정책과 더불어 6000원으로 담뱃값 인상을 실시했을 경우에나 흡연율을 30%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2010년부터 모든 비가격정책을 최대강도로 강화하고, 매해 500원의 담뱃값 인상을 시행할 경우 2020년 남성 흡연율을 25%까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은진 연구위원은 "심스모크 모델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적어도 7500원은 되어야 성인남성 흡연율이 20%대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며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가격인상안은 정책목표 달성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비가격정책은 담배회사의 광고나 담배곽에 표기되는 건강정보 등 담배회사 위주"라며 "적극적 흡연예방 정책을 위해서는 흡연자 지원부분이나 적극적 흡연예방을 위한 사업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19세 이상 남성 800명 대상)에서도 금연의향 가격은 9000원대(조건부가치측정법 적용)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들은 담뱃값이 9000원은 넘어야 끊을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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