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중징계 버티기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일 임영록 회장은 명동 로얄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최수현 금감원장에 대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금감원장이 재재심에서 2개월 이상 심도 있게 논의하고 충분히 소명해 내린 경징계 판정을, 선례도 없고 객관적 사실의 변동도 없는 상태에서 중징계로 상향했다는 불만이었습니다.
당장 금융당국으로부터 LIG손해보험에 대한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여간 불편한 상황이 아닙니다.
또 임 회장의 행보는 앞서 당국의 중징계 결정 이후 사임 의사를 밝히며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문제 제기는 정당했다. 후회없다"고 밝힌 이건호 전 은행장과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임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은 업체선정도 안되고, 가격 등 아무 조건도 정해지지 않은 시작단계에서 중단된 주전산기 기종변경 내부의사결정 과정을 검사를 하고 징계처분을 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안에 대해 감독의무 태만 등으로 중징계 등의 처분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임 회장이 지적한대로 금감원의 중징계로의 제재 상향이 문제가 있다면 최수현 금감원장은 무리한 징계로 국내 최대 리딩금융그룹을 흔든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금감원이 초법적인 잣대로 금융회사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 회장의 행보를 보면 갸우뚱거리게 하는 대목이 여럿 있습니다.
추석 전후로 두 번의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금융기관 CEO로서 조급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특정 언론사를 임의로 선정하여 비공개로 기자간담회를 열며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임 회장의 간담회 발언 내용에서는 지난해 7월 12일 취임한 이후 낙하산 논란에서 시작해 고객정보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건, 주전산기시스템 교체 관련 내분 등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조직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네 탓'만 있고, '내 탓'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임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사임한 이건호 전 은행장에 대해 "사건의 발단은 IBM의 기득권 사수 때문이며 이 전 은행장이 유닉스 전환에 대해 왜 그렇게 집착을 하면서 여러가지 의견들을 제기했는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비판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또 임 회장은 훼손된 리더십과 조직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대해 "(주전산기 전환에 따른 갈등) 문제만 해결된다면 온 임직원이 단합해서 조직 정상화를 해 나갈 수 있다"며 낙관적 전망으로 일관했습니다.
더구나 그는 "제가 흔들리거나 움직인다고 하면 새 CEO를 만들기 위해 KB금융은 1년 가까이 또다시 흔들리게 된다"며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발언으로 눈총을 사기도 했습니다.
국민은행 노조는 11일 논평에서 임 회장의 연이은 발언에 실망감을 보이며 "임 회장의 주장과 발언 어디 하나에도 3만여명의 KB금융그룹 임직원을 책임지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원과 조직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또 노조는 "임 회장이 소송을 통해 금융당국과 사실상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선전포고를 한 것인데, 개인의 안위를 위한 법적 대응에 몰두하는 동안 관치 낙하산으로 망가진 KB는 더욱 큰 경영공백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임 회장은 지주 회장 취임 초부터 적절한 때에 알맞은 양으로 필요한 만큼 내리는 비와 같은 '시우(時雨) 금융'을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취임 이후 KB금융은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네 탓이오'를 외치기 전에 '내 탓이오'를 가슴에 새기는 조직 수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행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