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사진)이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29일 밝혔다.
김 은행장의 뜻밖의 '백의종군' 발언에 금융권은 그 발언의 의미를 두고 해석이 분주하다.
하나금융측은 "김 행장이 사퇴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은 아니다"며 "양행 통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행 통합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는 소신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설명인 것.
하지만 금융권은 김 행장의 발언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 행장이 지난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후 상당한 사퇴 압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로 되어 있는 잔여 임기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비춰 왔기 때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 28일로 예정됐던 통합 이사회를 연기하고 외환은행 노조와 협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대화 창구는 더이상 진전이 없는 답보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기 7개월여를 남긴 김 행장이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한 발언은 그만큼 통합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김 행장이 사실상 연임이 힘든 상황에서 통합에 배수진을 친 채 조기사퇴를 거론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김 행장의 백의종군 발언은 당연한 수순의 언급이 아니겠냐. 사실상 8월 사퇴설이 시장에 돌았었고 단지 시기 선택의 문제였다"며 "하나금융이 조기통합을 위해 노조와 협의를 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진정성이 없는 단순한 명분쌓기용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일침을 놓았다.
사실상 조기통합을 결론 내 놓고 대화를 의지를 보이기 보다 매일 무의미한 협상공문을 노조에 보내 대외 명분쌓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행장이 밝힌 백의종군 시점도 말이 많다. '양행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당장 노사합의가 이뤄져 통합작업이 이뤄지더라도 전산통합, 직원 직급체계 조정 등 물리적 통합 일정을 봤을 때 그의 임기 만료일인 내년 3월을 훌쩍 넘길 공산이 큰 상황에서 백의종군이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최근 외환은행의 신용카드 분사 승인이 나며 통합의 첫 단추는 채워졌지만 오는 3일 예고된 금융노조 총파업 등에서 조기통합의 부당성을 강변하겠다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은 현재까지 개점휴업인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