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전산기 교체 갈등으로 번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간 '집안싸움'이 금융권 최대 이슈로 부상한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지난 21일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수위가 결정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이후에도 마무리 될 기세가 아니다.
결국 검찰고발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태가 임 회장과 이 행장 간 '끝장대결'로 매조지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갈등이 길어질수록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희망의 끈이 점차 가늘어 진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됐다.
신뢰를 잃고 있는 곳은 비단 KB금융 뿐 만이 아닌 것 같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조기통합이 가속화되면서 불과 2년 전 약조한 합의서 내용을 위반했다는 갈등이 번지고 있기 때문.
한편, 정부는 오는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전 사업장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 검찰고발로 이어진 KB 집안싸움 = KB금융의 주 전산기 교체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의 사태를 정리하자면 지난 22일 가평 백련사에서 열린 KB금융 경영진 템플스테이가 화합이 아닌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됐다.
'화해와 소통'을 위해 떠난 행사에서 임영록 KB지주 회장이 다른 임원들과 달리 단독으로 방이 배정되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자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갑작스레 귀가를 결정한 것.
이후 이 행장은 26일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 상무와 김재열 KB금융 전무(최고정보책임자), 문윤호 KB금융 IT기획부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시야를 밖으로 돌리면, 이 사건으로 인해 금융감독원도 곤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경징계를 내린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대한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징계 내역이 법률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상태.
앞서 공개적으로 두 사람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문기구인 제재심이 그에 반하는 결과를 내놓아 최수현 금감원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금감원장이 독단으로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금융사에 대한 직접제재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판국인데다, 금감원장이 제재심 결과를 뒤집은 전례도 없어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8일 금감원이 갑작스레 동경지점 부당대출 사건과 국민주택채권 횡령에 관한 검사내역을 공개한 것도 KB금융을 향한 압박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와 관련된 질문에 "금감원장으로부터 브리핑 지시를 받은 바 없다. 국민적 관심사항이기 때문에 설명해드려야겠다는 얘기가 있어서 진행된 것"이라고 답했다.
□ 외환카드 분사 승인…"하나은행과 통합 탄력" = 수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조기통합 절차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는 제15차 정례회의를 열고 외환은행의 신용카드부문 분할 및 외환카드(가칭)의 신용카드업 영위를 각각 인·허가했다.
금융위 담당자는 "영업계획이나 인력, 조직 운영의 타당성 등 관련법 상 인·허가요건을 충족했다"며 "두 차례에 걸친 금감원 현장점검을 통해 고객정보가 보관된 전산시스템이 물리적으로 분리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2.17 합의서에 반해 은행합병을 위한 카드분할을 정부가 인가할 경우 단체교섭권 등 외환은행 직원들의 헌법상 권리가 침해된다"며 합병절차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등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2.17 합의서'란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으로 인수될 당시 합병논의를 5년 이후부터 진행하겠다는 내용에 금융위와 하나금융, 외환은행, 외환은행 노조가 서명한 문서다.
반면 인수자인 하나금융은 오는 2016년 시행되는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변경할 경우, 기존 계좌에 연결된 공과금·급여 이체까지 자동으로 옮겨지는 시스템.
따라서 은행 간 치열한 고객 쟁탈전이 예상되는 만큼 통합법인 출범을 서둘러 점포확장 등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승인 발표 직후 외환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카드 분사 승인으로 카드 통합이 속도를 낸다"면서 "중국 현지법인도 통합 절차가 진행 중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은행통합만 남게 돼 양행의 통합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 2016년부터 퇴직연금 가입 단계적 의무화 추진 = 오는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의무화가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짧고 소득대체율이 낮아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16년부터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의무화된다. 상시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0인 미만인 곳까지 확대돼 전체 사업장에서 퇴직연금제가 시행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행 의무화 규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퇴직금 설정 의제규정을 삭제하고, 미(未)도입시 과태료 등 벌칙규정을 신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근로자들이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일시금 수령보다 무조건 유리할 수 있도록 세제가 개편된다. 이는 이달 초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담긴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방향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1월 1일 이후 연금 수령시의 세액을 일시금 수령 시 세액의 70%만 산정해 세금부담을 30% 경감함으로써 연금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