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회계법인의 '젠틀맨'.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본부를 이끌고 있는 한찬희 대표는 차분하고 진중한 성격으로 처음 만난 사람도 마치 오랫동안 알아 왔던 사람처럼 편안함을 준다는 평가다.
한 대 걸러 물려받았다는 '음주 기피증'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친화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공무원의 꿈을 가지고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도중 지인의 소개로 '경제 검찰'인 회계사로 진로를 바꾼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전과(轉科)제도가 흔치 않던 시절, 경제학 공부와 더불어 경영학 수업을 청강하는 등의 피나는 노력이 지금의 자리를 가능케 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5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IMF 시절 금융감독원 은행구조조정 자문단에 참여했던 기억을 생생히 지니고 있다. 당시 자문단에 소속됐던 2명의 회계사 중 한 사람이 바로 한 대표로 비우량은행의 퇴출과 인수 작업의 실무를 수행했다.
90년대 초반 PwC New York Office에서 근무하면서 조만간 국내 회계법인도 컨설팅 및 M&A 자문 등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혜안'을 가지게 됐고, 실제로 몇 년 뒤 M&A 사업부 총괄을 맡은 경험이 그를 역사의 한 장면으로 이끈 근간이 됐다.
아울러 30여년 간의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외부감사와 재무자문에서 잔뼈가 굵다. 안진회계법인에 몸담은 10년 동안 기업위험관리서비스 본부장과 재무자문본부 대표를 맡은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이력이다.
정년을 앞두고 맡은 감사본부가 자타공인 법인의 '중추'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후배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이다.
어느덧 찾아 온 이순(耳順)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업본부장 시절 다져놓은 골프실력은 여전히 수준급. 큰 키에서 나오는 호쾌한 장타를 가장 큰 무기로 가지고 있으며, '싱글' 수준의 구력은 아직도 여전하다는 전언이다.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자녀들을 주제로 한 대화에 더 적극적이다. 슬하에 아들 두 명을 두고 있으며,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맏이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표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주말을 이용해 근교의 산에 오르는 것을 즐긴다. 계단보다는 흙길, 보편적인 코스보다는 한적한 경로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을 좋아한다.
<약력> 1955년, 경성고등학교, 연세대 경제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