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이건호 주의적 경고…향후 금감원장 승인
동반 중징계 피했지만 회장·행장 불편한 동거 우려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동반 경징계'를 받았다.
21일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제재 양정은 향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3개월여간 끈 제재심은 하루를 꼬박 넘겨 오전 1시가 다 돼서야 허탈한 결론을 내렸다.
초유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은 감사원과의 유권해석 견해 차이로 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 주전산기 교체건은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거나 가담이 불분명해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책임 부분만 인정됐다는 전언이다. 또 도쿄지점 부당 대출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사유로 징계 수위가 낮춰졌다는 후문이다.
당초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던 금감원으로서는 지루하게 이어진 제재심에서 솜방망이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제재가 경징계에 그친 것과 관련 국민은행 노조가 정치권 개입과 로비설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향후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KB금융은 이밖에 87명의 임직원들이 한꺼번에 개인적 제재를 받게 됐다. KB금융은 기관 경고를 받았다. 기관 경고를 받은 금융회사는 3년 동안 신규 금융 상품을 출시할 수 없다.
이번 제재는 최근 3개월간 제재심의를 5차례나 연기하는 등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것이다. 올 초 5000건 이상의 신용카드 정보 유출과 도쿄지점 불법 대출, 최근 KB금융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를 두고 경영진 사이의 내분 사태가 일면서 당국이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주의적 경고에 그쳐 징계 수위를 두고 한차례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재심은 금감원 산하의 심의기구로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법률자문관, 금융위원회 국장으로 이뤄진 당연직과 6명의 민간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중징계를 피하며 KB금융 회장·행장의 동반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주전산기 교체 건으로 빚어진 내부 갈등으로 인해 회장과 행장이 임기내내 불편한 동거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국민은행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로비와 정치적 타협으로 대한민국 금융은 죽었다"고 질타했다.
노조는 "각종 로비와 책임 떠넘기기, 꼬리 자르기에 더불어 금융위, 정치권을 비롯한 국가 최고의 감찰기구인 감사원까지 개입하며 3개월여를 연기만 반복하던 제재심의가 드디어 종료됐다"며 "우려했던 대로 회장과 행장에 대해 동반 징계 경감이라는 정치적 타협으로 마무리되어 KB금융에 대한 징계사태는 금융당국의 징계권마저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제재심에서 무기력증을 보여준 금감원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노조는 "금감원은 그동안 징계를 확정하기 위한 제재심의를 5차례나 연기한 끝에 결국 6번째 심의에서 사전 통보한 중징계 입장을 한발 물러난 경징계로 확정했다"며 "이 같은 결과가 정당한 소명과 재검증에 따른 것이라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로비설, 외압설에 이어 의혹만 증폭시키며 감독기관에 주어진 조사권과 징계권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존폐 논란에 서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노조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물어 감독당국과 제재심의위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론 무용지물이 된 금감원의 징계 경감에 굴하지 않고 회장과 행장에 대해 직무정지 가처분 업무상 배임,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소송을 해 시시비비를 다시 검증한다는 계획이어서 제재심 이후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