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국세청장의 준비된 개혁, 어떤 변화 몰고오나

준비된 국세청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임환수 국세청장이 제21대 국세청장으로 국세청 역사 전면에 부상했다. 그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인간 임환수'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국세청장 임환수'가 국세청 조직 및 행정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 것이냐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국세청 안팎에서는 임 국세청장이 상당한 수준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변화에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시간이 문제일 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순차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본·지방청 인력축소, 폭은? =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본·지방청 슬림화의 수준이다. 백용호 전 국세청장 재임시절이었던 2009년, 국세청은 본·지방청·세무서 기능 조정을 통한 세정효율성 제고 및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해 본청 인력 감축을 추진했다.

당시 기준으로 812명의 본청 인력 중 10% 수준인 81명을 도려내 지방국세청 및 세무서, 고객만족센터 등으로 재배치했다. 당시 이 업무를 주관했던 이가 김덕중 전 국세청장이었다.

하지만 이현동 전 국세청장 재임시절인 지난해 초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재정조달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기조가 전환됐다. 당시 국세청은 400명 이상의 현장 인력을 뽑아올려 지방국세청 조사국 및 체납담당 부서에 집중 투입했다.

이 같은 조치는 결과적으로 '독(毒)'이 됐다.

그나마 업무능력이 뛰어난 인력들을 일선 현장에서 대거 빼내오면서 일선 세무서의 대납세자 서비스 기능이 약화됐고 가뜩이나 육아휴직 등으로 '결원비율'이 높게 형성되어 있던 일선 세무서의 인력난을 크게 심화시켰다.

400명의 인력을 차출해 세무조사 및 체납분야에 투입했음에도 지난해 목표했던 세입예산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올렸고, 시장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너무 세게 한다'는 비난만 실컷 듣는 역효과로 이어졌다.

임 후보자의 본·지방청 슬림화는 노정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또한 본청의 경우 연말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는 축소규모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국세청 안팎에서는 본청과 지방청을 통틀어 2009년 수준 이상(본청 인력의 10%)의 인력축소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지난 8월20일 기준 국세청 총 정원은 2만72명이며 이중 24.9% 에 해당하는 인력이 본청(4.3%)과 6개 지방국세청(20.6%)에 배치되어 있다.

□ 껍데기 위원회들도 모두 '퇴출' = 쓸데 없이 군살처럼 붙어 있는 각종 위원회들도 통폐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세청은 산하에 15개 위원회를 운용하고 있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개혁을 명분으로 위원회부터 만드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효과만 본 뒤 실효성있는 운영은 뒷전으로 두면서 현재의 상황이 됐다.

이 부분과 관련해 임 국세청장은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밝혔다. 지난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임 국세청장은 "법정위원회를 제외하고 (기능 등이)중복된 위원회는 통폐합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세청 내부에서는 일부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위원회들이 상당수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한 달에 한 두번 열릴까 말까하는 위원회 운용을 위해 실무진들이 자료생산 등 '헛고생'만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이밖에도 각종 TF팀 등도 어느 정도 정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고 있는 '세무조사 감찰TF'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세무조사 감찰TF를 해체하고 본청과 각 지방청 감찰담당관실 산하에 계단위 조직으로 재배치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세무조사와 관련한 금품비리 개연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무조사 감찰TF를 해체한다면 외부에 비리척결 의지가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섣불리 칼을 대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국세청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조사 프로세스 및 감찰 프로세스 혁신방안 마련을 시사했지만, 전임(김덕중) 국세청장이 만든 장치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단 만큼, 기본 틀이 완전히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평판', 국세청 인사의 최고 기준점 되나 = 인사행정의 대변혁도 이미 예고됐다. 임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국세청 인사와 관련한 각종 문제점 지적에 대해 획기적 개선을 약속했다.

특히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출신지역과 임용구분을 가리지 않고 능력과 평판을 중시해 인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평판'이다.

국세청 인력구조는 적은 행정고시 출신들이 절대 다수의 비고시 출신들 앞선에서 움직이는 형태다. 행정고시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다보니 행시-비고시간 '차별논란'이 국세청의 원초적 문제점으로 고착화된 상태다.

과거와 달리 행시 출신이면 부이사관급 이상 고위직으로 진출하고 출발선이 한참 뒤에 있는 관계로 승진에 시간을 허비한 비고시들은 인사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도구 수준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차별인사 논란의 골은 더 깊어진 형편이다.

실제로 김덕중 전 국세청장 또한 능력과 평판 양 측면에서 조직원들로부터 '마이너스 점수'를 받고 있는 일부 행시 출신들을 중용, 불만의 목소리를 더 키워놓았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임 국세청장의 인사관은 확실히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기본 능력에 더해 상하동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비고시 출신들이 대거 중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능력과 평판이 떨어지는 행시 출신들은 '옥석가려내기'를 거쳐 비중이 덜한 부분으로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행시 37회 이후 41회까지 절대 인원수가 필요이상으로 넘쳐나 이들을 모두 미래 고위직 자원으로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각이다.

임 국세청장 또한 이 부분을 주목, 행시와 비고시 출신간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차별논란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행시 출신들의 분발을 유도해 내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는 인사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