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납세자 권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국세청이 납세자보호관제도(본청) 및 납세자권리보호요청제를 지난 2009년 도입해 시행해 오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자권리보호요청제란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지난 2009년 도입된 것으로 본청과 지방청, 각 세무서에 배치된 납세자보호관이 납세자의 권리침해가 분명하다고 인정될 때는 세무조사 일시중지, 조사반 교체, 직원 징계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국세청내 '야당(野黨)' 역할을 하며 국세권력의 남용을 견제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위법·부당한 세무조사에 대해 납세자가 시정요구를 한 건수는 155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시정은 47건, 시정불가 결정이 난 건수는 108건이었다.
납세자의 시정요구 중 70%는 소위 '빠꾸'를 당한 셈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제도가 처음 도입 된 2009년 시정요구 10건 중 시정된 건수는 2건·시정불가는 8건이었으며 2010년 전체 43건 중 시정 14건·시정불가 29건, 2011년 전체 33건 중 시정 9건·시정불가 24건, 2012년 전체 20건 중 시정 8건·시정불가 12건, 2013년 전체 37건 중 시정 9건·시정불가 28건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 12건 중 시정 5건, 시정불가 7건으로 매년 시정불가 건수가 전체의 70~80% 비율로 형성됐다.
문제는 본청과 지방청·세무서를 나눠 시정 건수와 시정불가 건수 살펴보면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이다. 본청은 시정불가 비율이 평균 40% 정도였지만 지방청·세무서는 평균 80% 정도로 2배 이상 차이났다.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본청에 시정요구를 한 건수는 총 42건이었으며 이 중 시정은 26건, 시정불가는 16건이었지만 지방청·세무서는 전체 113건 중 시정은 21건, 시정불가는 92건으로 시정불가 건수가 훨씬 많았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 본청은 시정요구 5건 중 5건 모두 시정했지만 지방청·세무서는 시정요구 7건 중 7건 모두를 시정불가로 결론났다.
지난해도 상황은 비슷했다. 본청은 총 8건 중 시정 7건, 시정불가 1건이었지만 지방청·세무서는 총 29건 중 시정 2건, 시정불가가 27건이었다.
본청과 지방청·세무서의 시정불가 건수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본청과 지방청·세무서의 구조적인 인사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본청의 납세자보호관은 개방형 고위공무원 직위로 판사 또는 교수 출신가 맡고 있지만 지방청·세무서의 납세자보호담당관은 부이사관급 및 사무관급 내부인사로 채워져 있다.
외부인사의 경우 납세자보호관 임기가 끝나면 더이상 조직에 남을 이유가 없는데다 직급의 힘의 반사이익을 얻어 국세청 조사직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지만 상대적 하위직급인데다 내부인 출신들은 운신의 폭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사라인 직원을 비롯해 여러 주변 상황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내부직원들이 납세자의 요구를 듣고 발벗고 나서 세무조사 중지 등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국세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지방청과 세무서의 납세자보호담당관도 외부인사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지난달 부산지방국세청은 납세자보호담당관에 외부인사인 김경지 변호사를 임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정불가는 내부적인 규정에 의해 결론나는 것으로 이유가 무엇인지는 밝힐 수는 없다"며 "하지만 납보관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부산지방청 납세자보호담당관에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등 다른 지방청도 외부인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이를 점점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도 지난 18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납세자 권리보호 기능의 강화를 위해 납세자보호담당관 직위의 외부 문호 개방 폭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