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국세청장 비리, 조사국 직원 비리, 국세청 정치적 중립성 훼손, 표적 세무조사, 대구·경북 출신·고시 인사편중 및 적체문제 등…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세청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의심해볼 정도로 국세청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백화점식으로 터져나왔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윤호중 의원은 임 후보자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직원들이 세무조사 선처에 대한 댓가로 수억원을 수수한 것을 문제 삼으며 임 후보의 책임 소재를 따졌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전임 국세청장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부각시키며 임 후보자가 과거 청장들과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6급 이하 직원들에 대한 인사적체와 행정고시 출신 일색으로 구성된 고위직 등 국세청의 인사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2만명의 국세청 직원은 97%가 비고시 출신인데 사무관으로 승진하기까지 31년이 걸린다"라고 지적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평생 박봉으로 일하다 6급으로 끝나는 이들에 대한사기진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이 승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과 국세청 고위직 출신 대부분이 대구·경북(TK) 출신인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임 후보자는 의원들의 우려와 질타에 대해 "국세청장이 되면 능력과 평판에 따라 인사하되, 지방청장 같은 기관장은 전국 조직이기 때문에 지역을 고려한 인사를 할 것"이라며 "그것이 국세청장의 가장 큰 임무라 생각한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대구·경북(TK) 출신들의 인사편중 문제에 대해선 "고위공무원이 TK가 편중됐긴 하지만 행시 35회부터 38회까지는 호남출신 비중이 높다.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인사는 공평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의원은 임 후보자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는다"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임 후보자는 "취임을 하면 고위공무원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겠다"거나 "취임을 하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하는 등 취임할 것을 전제로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언급됐던 인사와 국세청 비리 문제를 살펴보면 하루 이틀만에 일어난 일도 아닐 뿐더러 임 후보자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결코 아니다. 특히 인사의 부분은 명확한 한계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원대한 계획을 내놓기도 힘들다.
역대 국세청장들도 하나같이 부패 척결과, 직원 사기진작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무언가 크게 변했다는 평가를 국세청은 받고 있지 못하다.
임 후보자가 아무리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부패를 청산하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애쓴다고 하더라도 단시간 내에 국세청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만명의 직원이 있는 국세청이란 조직은 청장 한 사람에 의해서 돌아가는 조직이 아니다. 본청과 지방청 직원들과 일선 세무서 직원들이 톱니바퀴가 맞물려가듯 서로 원활히 협조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조직이다.
톱니바퀴가 형편없다고 해서 빼 버리면 그 조직은 삐걱대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결국 국세청장이란 국세청, 지방청, 세무서조직의 톱니바퀴들이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해낼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하고 나사를 조이는 그런 역할을 통해 전체적으로 국세청 조직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자리다.
임 후보자 홀로 국세청을 청렴하고 깨끗한 조직으로 만들기는 힘들고 험난하겠지만 기름칠을 하고 나사를 조이는 과정을 통해 '마중물'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