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야마하(YAMAHA)'의 창업주가 원래는 의료기기 정비공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1884년, 우연한 기회에 서양 오르간을 수리해 본 야마하 도라쿠스는 5년 뒤 풍금제조소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그는 오르간의 재료인 나무를 이용해 비행기 프로펠러를 만들고, 나중에는 비행기 엔진을 만드는 기술로 오토바이 산업까지 진출한다. 지금의 야마하 그룹이 설립된 역사다.
국내 회계사 출신 인사 중에도 이 같은 '제너럴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이가 있어 관심을 끈다.
강대준(사진) 디아이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을 나와 컨설팅 자문사를 세운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경주에 있는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제조업체 사장'이라는 직함도 명함에 추가됐다.
디아이파트너스는 두 개의 별도 법인으로 나뉘는데, 인사이트 팩토리는 회계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드림 팩토리는 군수품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이 모두를 총괄하는 강 대표는 아침엔 회계사, 오후엔 컨설턴트, 저녁엔 강사 및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다방면에 걸친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는 그가 컨설팅 회사를 차린 배경이 궁금해진다.
강 대표의 회상에 따르면, 회계법인 입사 후 컨설팅 부서에서 교육사업까지 맡게 된 것이 그 발단이다.
그는 "회계법인 안에서 회계와 교육, 컨설팅을 모두 담당했다. 그러면서 인맥도 많이 생겼고, 그때 경험이 지금 일에 도움이 됐다"며 "처음 강단에 섰을 때 느꼈던 희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일개 회계사로서는 별거 아니지만, 강단 위에서는 내가 최고 아니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 2007년 처음으로 교육 일을 맡았던 초짜 회계사가 지금은 삼성전자·하이트진로·태영건설 등 굴지의 기업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다는 사실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사뭇 다르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기업 임직원들에게 회계마인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남다른 시각을 엿보게 되는 것은 제너럴리스트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보너스'로 꼽힌다.
강 대표는 "보통 회계사들이 수익에서 비용을 뺀 것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강연을 갔을 때 한 임원이 이익에 원가를 더한 것이 수익이라는 인식을 전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의 최종 단계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는 강 대표는 빡빡한 강연 스케줄과 회사 경영을 소화하면서도 최근 자신의 저서('지금 당장 회계공부 시작하라')를 내놓는데 성공했다.
기존의 회계 서적들은 실무자들의 눈높이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비(非) 재무직군 사람들까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전언이다.
한편, 회계사로서의 경험이 지금 일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회계법인을 안 거치고 어린 나이에 바로 창업했으면 망했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최근 컨설팅 업무상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고객 대다수가 구체적 계획이나 노하우 없이 막연한 희망에 차있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강 대표는 "젊은 창업인들이 잠시나마 직장생활을 해보고 노하우를 얻으면 세상에 나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작은 회사를 중견기업 이상으로 까지 키울 잠재력 있는 사람들이 (경험 없이) 곧바로 창업에 뛰어들다보니 여러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회계사들도 퍼스널 브랜드(Personal Brand)를 중요시해야 한다. 같은 서비스를 하지만 큰 회계법인에서 작은 곳으로 옮기면 보수가 적어지지 않냐"며 "언젠가 큰 조직을 떠났을 때도 본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차이점이 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