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세수입 감소 요인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불구,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관세청이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국정과제가 된 지하경제 양성화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국정과제 추진 성적표가 '세수실적'으로 대표되면서 국세청과 관세청은 세수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양대 세입기관은 목표로 정해진 세입예산을 확보하는 것에 더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추가 세수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로 지난해 7600억원, 올해 1조3400억원, 2015년 1조4000억원, 2016년 1조4300억원, 2017년 1조4800억원 등 향후 4년 간 총 5조6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거두겠다는 계획 아래 조직역량을 투입했다.
특히 심사와 조사 등의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조사비율도 2012년 0.15%에서 2013년 0.25%로 확대하는 등 기관 전체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이에 지난해 국가 전체적인 세수입은 8조5000억원의 결손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관세수입은 오히려 전년대비 8000억원이 늘어난 1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확대로 2012년 9조8000억원을 기록했던 관세수입은 2011년보다 1조2000억원이 감소했고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왔지만 관세청은 이 같은 전망을 뒤집고 준수한 실적을 낸 것이다.
문제는 올해 환율하락 폭이 커지고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던 경기가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FTA 확대에 따른 관세율 하락 등으로 관세수입이 늘어날 요인이 없는데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라는 국정과제는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관세청 직원들의 고충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 세수실적 '반짝효과'…언제까지? = 관세청은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1조27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다국적 기업 등 고위험 기업에 대한 관세조사 확대로 5367억원, 정유사들의 과다환급 방지 등으로 2050억원, 통관단속 강화로 1562억원 등 목표를 상회하는 실적을 낸 것이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에 국세청과 관세청이 올해 세수목표를 높게 잡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었지만 국세청은 물론 관세청도 금융정보분석원(FIU)과의 정보공유와 경기회복 등 과세인프라 확충으로 올해 세수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올해 1~5월 세수진도비는 40.5%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부족했으며 세목별로 살펴보면 법인세 진도율은 42%로 전년 동기 대비 -3.5%, 부가세 진도율은 41.2%로 전년 동기 대비 -0.7%를 기록했다.
관세의 진도율은 28.9%로 전년 동기 대비 -6.8%를 기록해 세목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 환율하락, 세수확보 '악재' = 지난 5월 현재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관세 진도율이 낮은 이유는 환율하락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기준환율을 달러당 1120원으로 잡고 관세 10조6000억원이라는 세입예산안을 발표했지만 1일 현재 기준 환율은 1032원대로 하락했다.
현재 환율이 기준환율보다 약 100원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보통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세수는 약 1455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단순계산하면 기준환율 대비 현재 1조455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환율하락으로 세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과세가격 산정 방법 때문. 과세가격에 관세율과 부가세율 등을 곱하는 방법으로 세액이 산출되는데 보통은 무역거래를 하는 통화 금액에 과세환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산출한다.
즉, 모든 수입물품은 국내로 들여올 때 원화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과세환율'을 적용하게 되는데 과세환율은 전주 외국환은행이 고시한 환율을 평균을 낸 것이다.
만약 같은 10달러의 물건을 수입하더라도 환율이 1200원일 때는 1만2000원이라는 과세가격이, 환율이 1020원일 때는 1만0200원이라는 과세가격이 산정된다. 여기에 관세율 8%를 곱하게 되면 전자는 960원, 후자는 816원의 세액이 나온다.
□ FTA 확대·경기부진, 관세수입 '뚝' = 한·미 FTA와 한·EU FTA 등 FTA 체결국가가 확대되고 관세 장벽이 낮아지는 것도 관세 수입을 감소시키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FTA는 해가 갈수록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하고 면세 품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행된다.
한·EU FTA의 예를 들면 승용차(1500cc 초과)는 8%의 관세를 적용받지만 FTA 협정으로 인해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는 1.6%, 지난달부터는 영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위스키 역시 20%의 관세를 적용받지만 FTA 협정으로 5%로 관세율이 대폭 하락했고 지난달부터 관세가 0%이다. 냉동삼겹살과 냉동목살 등도 25%의 관세율에서 지난달부터 각각 15.9%, 8.31%의 세율을 적용한다. 인하한 관세율만큼 관세 수입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더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가 세월호 사고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는 등 내수활성화가 지연되고 전 세계 경제여건도 회복세가 더디어지면서 수출입이 생각만큼 증가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수입은 42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하고 수출은 47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 등 경기 변화를 일으킬 정도의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역수지는 55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4억 달러 감소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세수를 확보하라는 윗선의 행보에 일선 세관 직원들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시킨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여행자 휴대품 등 통관 과정에서의 단속을 강화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면서 '마른수건을 쥐어짠다'는 하소연까지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세관 직원은 "FTA 확대와 환율하락으로 세수확보가 힘들지만 윗선에서는 업무의 목표를 세수확보로 잡고 이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여행자 휴대품 검사 과정에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직원들과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여행자 사이에 마찰이 잦아지면서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