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관세소송만 만나면 작아지는 관세청…해결책은?

풀무원이 중국에서 유기농 콩을 저가수입해 관세 380억원을 탈루했다며 자신만만하게 세금을 부과했던 관세청은 풀무원과의 소송에서 두 번 연속 패배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조세일보 6월12일字 수백억대 소송, 풀무원에 두 번 무릎 꿇은 관세청, 6월16일字 '대형소송' 만나면 작아지는 관세청, 원인은? 기사 참조)

풀무원측이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각종 의견을 제시하며 관세를 탈루했다고 주장했던 관세청은 이제는 '증거부족'으로 대법원 항소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답답한 처지가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청은 올해 초 본청 소송담당 인력을 2배로 확대해 대형사건을 본청에서 직접 담당키로 하면서 개청 이래 승소율(1분기 93.8%)이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사실 숫자만 놓고 보면 관세청 행정소송 승소율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패소한 사건 자체가 많지 않다.

관세청의 승소율은 2010년 78.7%, 2011년 71.2%, 2012년 84.1%, 2013년 85.3%, 2014년 1분기 93.8% 등으로 매년 상승하는 등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문제는 수 십, 수 백억원이 걸린 대형사건만 만나면 맥을 못 추고 있다는 것이다.

풀무원과의 1심과 2심 모두 연거푸 패소했고 수천억원대의 관세 전쟁을 벌이는 디아지오코리아와의 1심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100억원대의 관세 소송을 벌이는 한국필립모리스도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SK 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 40억원대 관세 소송은 지난해 패소하고 말았다.

□ 대형사건에 약한 관세청, 왜? = 높은 승소율이 무색하게도 수 십억, 수 백억원에 달하는 대형사건에는 관세청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행정소송 승소율은 85%였지만 50억원이 넘는 고액소송 패소율은 60% 달하는 등 정작 실속있는(?) 소송에서는 패하는 일이 많았다.

대형사건의 경우 기업에서도 사활을 걸고 관세청과의 일전을 준비하기 때문에 대형로펌에서 변호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에 비해 전문성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소수의 관세청 직원이 대형로펌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었다.

디아지오코리아와의 관세 소송의 경우 지난 2008년 서울세관이 2000억원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000억원이 넘는 관세를 부과해 소송 중에 있지만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다. 

대형로펌이 수행하고 있는 디아지오 사건의 경우, 관세청에서는 서울세관 3명의 직원들이 이들을 상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버거운 상황이다. 매일 같이 소송을 하는 변호사들과 관세청에서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과는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풀무원과의 소송도 대형로펌이 담당했다. 관세청은 풀무원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유기농 콩을 저기수입했다고 주장했지만 대형로펌 관세팀과의 대결에서는 끝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로펌처럼 관세청 직원들이 한 사건에 '올인'하는 구조도 아닌데다가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소송을 진행하다보니 변호사도 아닌 직원들이 각종 논리로 중무장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들을 상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관세청 내부의 목소리다.   

□ 과세품질 제고, 대형사건 승소율 높일까 = 대형사건에 취약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관세청은 민간 전문가(변호사)를 채용해 쟁송조직을 보다 전문화하고 10억원 이상의 사건은 세관이 아닌 본청에서 맡기로 하는 등 각종 보완책을 강구 중에 있다.

하지만 관세부과 과정에서 세금 추징의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거나 소송으로 갔을 경우를 대비해 증거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할 경우, 아무리 쟁송조직을 강화해도 소송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세청은 과세단계에서부터 부실과세는 원천 차단하고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과세하기 위해 각 본부세관의 심사처분심의위원회를 운영을 강화하기로 하고 이를 규제개혁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25명 이내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운영위원 중 소송담당자가 없어 유기적인 의견교환이 어려웠던 점을 보완해 불복 및 소송담당자를 위원회의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해 과세증거부족과 심사절차 등을 심의하게 할 계획이다.

위원회에서 과세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이 난다면 불필요한 소송 진행 등도 막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납세자의 의견진술 권리도 확대해 납세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의견을 진술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위원회가 필요로 할 때만 납세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 납세자의 의견이 반영되기가 어려웠다.

특히 조사처분에 대한 세관장의 책임을 강화해 연말 세관장 성과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관세조사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 조사를 받은 기업에 대해선 조사공무원의 위법·부당행위, 조사절차 준수여부 등을 설문조사해 문제가 없는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관세청은 이 같은 방안을 토대로 오는 8월 기업심사운영세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세관장 평가는 연말 실시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조사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부실과세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심의위원회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통해 다음달 정도 운영세칙을 개정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