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1년 한 저축은행에서 사업 자금 용도로 3000만원을 빌렸다.
이자율은 연 25.55%, 연체 시 39%이며 매일 2만1000원의 이자를 일수 계산해 갚는 조건으로 약정했다.
A씨는 만기 직전인 2013년 1월까지 이자를 정상적으로 납부해 오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을 수 없게 되자 결국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A씨의 신용 등급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만기 연장을 거절했다.
이후 연체에 빠진 A씨. 그는 저축은행 대출 담당자를 만나 "법원에 회생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동안 성실하게 이자를 낸 점을 감안해 연체이자를 감면해달라"고 다시 한번 요청했다.
저축은행은 A씨에게 원금 분할상환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3000만원의 대출을 회생 목록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만일 해당 대출이 회생 목록에 포함될 경우 저축은행은 원금과 이자를 전부 다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씨는 앞으로 한 달 동안 매주 15만원씩, 이후 매주 35만원씩 원금을 상환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에 서명했다.
문제는 연체이자에 대한 감면 부분이었다. A씨는 연체이자를 감면 받는 조건으로 확약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한 반면 저축은행 직원은 원금을 완납하면 본점 승인 하에 연체이자를 감면하기로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A씨는 마침내 연체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채무의 면제나 면책은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표시 해석에 따라 면제 또는 면책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확약서의 형식과 내용뿐 아니라 그 법률행위가 이뤄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달성하려는 목적과 의사, 거래의 관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서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이자 감면에 동의 받지 않았다면 굳이 확약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었고 저축은행이 A씨에게 연체이자 감면에 대한 신뢰를 준 데 반해 연체이자를 일방적으로 회수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며 부당한 권리 행사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이 권리를 행사한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는 경우 그 권리 행사는 신의칙에 반해 부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07.11.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