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칭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서민금융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민금융은 소득이 적거나 신용 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제도로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사회경제적 정책이 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새 정부 출범 후 만들어진 국민행복기금은 초기 상당한 논란을 낳았지만, 정부가 주도해 채무자 빚을 감면해주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건전한 경제구조를 확립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올 초 국민행복기금 1주년 행사에서 강조한 '금융과 복지의 융합'은 향후 서민금융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밑거름이다.
빚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잉여 생산 인력을 줄이고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그렇지만 서민금융정책을 만드는 공직자들이 실제 서민금융기관의 문을 한번이라도 두드려봤다면 제도의 이용자들이 얼마나 큰 답답함을 느끼는 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행복기금, 금융감독원, 서민금융나들목에 전화를 걸어 채무 감면이나 일자리 알선에 대해 문의하면 상당수가 "다른 담당 기관의 전화번호를 안내하겠다"는 답변을 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채무가 소액이거나 소관 부처와의 연계가 잘 안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화번호 1397(전화기 숫자의 네 모서리 번호) 콜센터는 '소외된 모든 서민을 포용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여전히 원스톱(one-stop)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서민금융기관의 일자리 정책은 겉만 번지르르할 뿐 취업 정보 업체의 사이트보다 더 나은 점이 없다. 당초 맞춤형 상담을 통해 적합한 일자리를 적극 소개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서민금융기관에 혹시 모를 마지막 희망을 걸었을 누군가에게 중요한 것은 책상에서 나온 탁상행정이 아니라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이다.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고 1397과 같은 아이디어가 톡톡 튀어 보일지 몰라도 번번이 실효성 논란을 낳는 것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새 서민금융기관 설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서민금융정책이 더 큰 관심을 받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정책 담당자들은 좀 더 서민의 눈높이에 가까운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