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용진 기자
동시통역사로 활동하다 갑작스레 회계업계에 입문한 이가 있어 화제다.
주목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삼정KPMG Tax3 본부의 신지현(사진) 미국회계사.
고교 졸업 후 상아탑에 들어간 그녀가 택한 전공은 영어영문학.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영어통·번역학과로 향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통·번역사 일이 처음부터 순조롭지 만은 않았다는 것이 그녀의 고백.
신지현 미국회계사는 "처음 입사한 곳이 한국SC은행이었다. 담당 임원 옆에 있다가 회의 때 하시는 말을 통역하는 역할이었다"며 "밥 먹는 자리에서 통역한다고 '밥통'이라고도 한다. 그 분들은 호텔에서 식사하지만 나는 못 먹기 때문에 미리 김밥이나 떡을 먹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또 "은행 업무에 관심은 있는데, 아는 게 없으니 외국 사람들이 재무제표 놓고 얘기하면 나만 모르는 사람이더라"며 "전문용어 같은 생소한 단어가 나오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잠깐 멈추고 설명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공인회계사(AICPA) 공부를 시작한 동기가 이 때문이었다는 것은 그녀의 집념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편적인 사례로 꼽힌다.
재학시절 회계를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통역사가 1년 2개월 만에 AICPA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흔치않은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대학원 시절 화장품 업체에서 통역사를 했던 경험도 회계업계에 입문할 결심에 한 몫 했다는 전언.
최종 결과물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업무보다는 모든 공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회계사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미시적인 것 보다는 거시적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며 "AICPA를 따고서 여러 회사에 들어 갈 수 있었지만, 회계법인을 선택한 것은 재무제표를 보고 세무조정이나 컨설팅을 하면 그 회사가 돌아가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통·번역사 시절 누려왔던 자유로움은 어쩔 수 없는 기회비용으로 꼽힌다.
출퇴근이 자유롭던 시절에는 지인들과 어울릴 기회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업무에 치여 번번이 저녁약속을 취소하게 돼 친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는 하소연이다.
신지현 미국회계사는 "입사 3년차 시절, 친구와의 약속을 2번 연속 취소시킨 적도 있었다. 그 친구가 화를 내서 한동안 맘 편히 저녁약속을 못 잡았었다"며 "함께 통·번역 공부를 했던 동기나 선배들은 연차가 쌓여서 재택근무도 하는데 지금의 나와 비교되는 점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대해 그녀는 '고객들의 감사 편지를 받을 때'라고 답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갔는데 '덕분에 도움 많이 받았다', '그동안 수고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으면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전언이다.
오는 10월이면 매니저로 승진될 예정인 그녀는 세무업무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신지현 미국회계사는 "어느 기업이나 조세문제는 중요하다. 세금은 캐쉬아웃(Cash-Out)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에 있어 도움이 필요한 기업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서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