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정한 합당한 이유없는 세무조사는 위법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를 벌여 과세처분을 내렸다면 이는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은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5가 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여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따라 과세처분한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기고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5와 제81조의3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5에서는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를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우선적 세무조사대상 5가지를 규정하고 있었다. ① 납세자가 세법이 정하는 신고 등의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② 무자료거래 등 거래내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는 경우 ③ 납세자에 대한 구체적인 탈세제보가 있는 경우 ④ 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⑤ 국세청장이 납세자의 신고내용에 대한 성실도 분석결과 불성실혐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현행 국세기본법 제81조의6에서는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를 정기선정과 수시선정으로 나누어서 규정하고 있는데, 사유 자체는 구법 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종래 세무조사대상의 선정과 관련하여 표적 조사가 많이 이루어져 국세행정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국세기본법에서 직접 세무조사대상 선정에 관하여 규정을 두게 되었다. 

그러나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할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를 하고 탈루된 세금을 발견하여 과세처분을 했다면 그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었다. 

과세관청이 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금의 탈루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과세관청은 원고의 처가 부동산을 구입한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 자금을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원고가 제공한 것으로 추측하고 원고와 그의 처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당초 추측과는 달리 원고의 처가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원고의 영업과 관련하여 세금 탈루 사실을 발견하여 원고에 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 없이 세무조사를 한 것이라고 보고 이에 따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권을 행사할 때도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은 마땅히 준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근래 판례에서 재조사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복 세무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이에 따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 판결은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이 이루어진 세무조사에 따른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최초의 판례로서 그 의미가 크다. 또한 ‘신고내용 자체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없다거나, ‘신고내용에 대한 성실도 분석을 한 결과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과세관청은 앞으로 세무조사 시 이러한 자료를 갖추기 위하여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은 과세실무에도 절차의 적법성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